세계 최대 커피 소비 국가인 미국의 커피 기업들이 글로벌 물류 비용 상승에 따라 커피 소매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이후 전 세계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는 반면 컨테이너선 공급량이 경기 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글로벌 물류대란에 직면한 결과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커피업체 고위직 임원 발언을 인용해 "미국에서 커피 기업의 운송 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조만간 커피 소매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워싱턴DC 소재 중견 커피기업 올림피아 커피로스팅은 로이터에 "올해 여름과 가을 운송되는 계약을 체결한 결과 모든 비용이 15% 가까이 올랐다"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커피·도넛 체인 던킨과 폴저스(Folgers)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JM스머커 역시 물류비용 증가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사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업계의 다른 업체들처럼 최근 커피 공급망 문제에 직면했다"며 "적절한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가격 조정 등의 방안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배송 수요 느는데 컨테이너선은 부족...운임비만 11조 ↑
커피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건 공급 제약과는 별개의 문제다. 기업이 부담하는 대륙 간 운임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업 S&P글로벌 플래츠는 지난해 4분기 미국행 수입 선적분에 대한 기업의 운임비용이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지난주 기준 커피값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비용 상승은 올해 중반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도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의 공산품 주문이 크게 증가했고, 각 기업 간 물류 발송 경쟁이 벌어진 것도 운송료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포틀랜드 소재 커피 수입 업체인 SHCI(Sustainable Harvest Coffee Importers)는 최근 5년 간 소비자에 커피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사측은 "코로나19 안전 지침에 따른 시스템상 문제"라며 "배송 수요는 폭발하는데 안전지침 절차도 늘어나고 확진자가 발생해 운영을 못하는 컨테이너선도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 아프리카와 일부 남미 국가들로부터 미국으로 배송 예정이었던 커피 상당수가 지연된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설탕·면화 등도 인상 우려…"웃돈 줘도 컨테이너가 없다"
전문가들은 생활 필수품이 된 커피를 포함해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정제설탕과 콩, 코코아, 면화와 관련된 소비재 기업이 줄줄이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여기에 가전제품 제조업체와 의류업체 등도 운임 상승에 따라 소매가 인상 등의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 중남부에 몰아친 한파로 이 일대 항구가 수일간 폐쇄된 것도 물류대란을 부추겼다. 출항이 잇따라 막히자 선박 도착 후 컨테이너를 받아야 하는 화물 운송이 연쇄적으로 미뤄진 탓이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메라 애널리스트는 "동남아에서 유럽, 미국으로 가는 노선 등은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도 컨테이너가 없어서 못 가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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