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갑자기 사임했다. 이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태이다.
윤 총장은 지금까지 정부 여당 측의 극심한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을 뿐 아니라, 임기 만료전 사퇴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본인 스스로가 누차 언명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윤 총장이 임기를 불과 4 개월 앞두고 너무나 속절없이 사퇴하고 말았다. 윤 총장 자신의 사퇴의 변(辯) 또한 수수께끼 투성이다.
윤총장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일방적으로 입법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검찰의 범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을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최근 주변 측근들에게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이 ‘월성 원전(原電) 1호기 조기 폐쇄의혹’등 정권 최고위 비리 수사를 하고 있는데 대한 보복으로 이 같은 검찰 압사(壓死)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를 막는 방법은 윤 총장이 그 들의 요구대로 사퇴하는 길 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중수청법은 윤 총장 자신도 말한 대로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 의견이 대두되고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신평 변호사 같은 사람도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배제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도대체 국민을 아무리 개 돼지로 안들 이런 뻔뻔스러운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친위 쿠데타’라고까지 비난했다.
신 변호사는“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권력의 승계’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법원 그리고 경찰을 장악해서 정권 재창출을 하려는 극한 행위에 나선 것”이라고 말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윤 검찰총장의 돌연 사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윤 총장이 물러나면 그 대가(代價)로 중수청 법이 없던 것으로 철회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대신 윤 총장이 추상(秋霜)같이 진행해 온‘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싸움’도 무위(無爲)로 끝나고 만다. 집권세력의 죄악에 대한 지금까지의 검찰의 칼날 같은 추궁은 윤 총장이 사퇴하는 즉시 온 데 간 데 없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 획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혹’수사는 문재인 정권 존폐(存廢)가 달린 문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에 철퇴(鐵槌)를 가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장 기뻐한 것이 김정은이었다. 대한민국의 핵무장 잠재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윤 총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이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철저히 진행시켰다면 문 대통령은 반역죄로 탄핵되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윤 총장은 중수청법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퇴함으로써 그 보다 훨씬 중요하고 국가 존망(存亡)이 걸린 원자력 말살(抹殺)에 관한 진상 추구는 포기하고 만 셈이 된다.
윤 총장은 사퇴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 마치 윤 총장은 검찰총장 직을 사퇴하고 밖에 나가서 현 정부와 싸우겠다는 각오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크나 큰 실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윤 총장이 현직을 고수(固守)하면서 원전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를 철저히 진행시킨다면 문 정권은 무너지고, 윤 총장 자신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한국의 초석을 놓은 민족의 은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 주어진 사명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서 싸우겠다? 그러려면 그는 정치계에 입문하여 야당에 입당해서 대 정부 투쟁을 벌어야 한다.
지금 여당인 민주당은 검사가 퇴직하면 1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2022년3월9일)까지 꼭 1년이 되는 바로 지금 퇴직하지 않으면 윤 총장은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고려한 것일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총장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쪽이 중요한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 그가 지닌 직권을 100% 발휘하여 원전 의혹에 관한 사법 판단을 마무리 지어 주사파 무리들을 일소하고,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궤도 위에 안착(安着)시키는 역사적 대위업을 달성하는 쪽이 중요한가?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윤 총장은 주사파 소탕(掃蕩)을 위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스스로 박차고 떠나고 말았다.
윤 총장이 중대한 협박을 받고 마지못해 사퇴한 것인지, 또는 야당측의 추대(推戴) 밀약을 받아들인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야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은 지금 실효적이며 활발한 대여(對與)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진흙탕 속을 헤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큰 문제는 인재난(人才難)이다. 대통령 감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 착각하고 있는데 대통령이란 그저 인기가 있어 표만 잘 모을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 사람은 요행히 당선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나라 망치고, 자기 망치고, 당을 망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대통령 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통치학(統治學)을 가르쳐 주는 대학도 없고 스스로가 어릴 때부터 뜻을 세워 실력을 쌓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원래 그 그릇이 아니면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부터 책상머리에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써 붙여 놓아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
한 가지만 유사점(類似點)을 찾는다면 대통령이 되려면 최소한 세계 역사에 통달한 사람이어야 한다. 거기에서 자연히 통치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갑자기 한 사람이 일생을 장사만 하다가 말 주변이나 좀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어 보아야 트럼프처럼 역사상 가장 무식한 대통령이 되고 말 뿐이다. 모든 점에서 링컨이 롤 모델이 될 만하다.
대통령 감은 하늘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 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