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부양책에 백신 보급 확산 기대감 반영
관건은 백신 보급 속도, 인플레이션 우려도 상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 논란 등으로 혼란스러운 한해를 보낸 미국이 예상을 깨고 빠른 경제 회복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올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연내 경제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평균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해당 기업들의 매출액이 1.4% 감소하고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FT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완만한 통화정책으로 3분기 연속으로 위축됐던 매출과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이 언택트 트렌드에 재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의 월가 추정치(30%)를 포함한 결과치다.
FT는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S&P 500대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이 지난해 12%선이 무너졌지만, 올해는 최대 23.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올해 주요 기업들의 회복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빠른 경제 회복세는 달러 강세 흐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달러화가 오히려 유럽·일본 등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약 1.3% 올랐다. 터키 리라화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역시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가 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4.3% 성장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이같은 낙관론은 코로나19 백신이 원활하게 보급돼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를 전제로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WSJ는 이날 "백신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접종되면 이르면 2분기부터 소비자들이 외식, 여행, 스포츠 관람을 재개해 지출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작년 12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일자리가 다시 증가하고, 실직 상태를 벗어난 소비자가 지출을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 변수도 남아있다. WSJ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며 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주식, 채권, 유가 등 각종 지표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은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자칫 경제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어 전문가들은 향후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커질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부양 조치를 회수할 수 있고, 이는 주식 등 자산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