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하며 깜짝 스타가 된 흑인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22)이 미국 프로풋볼팀 최강자를 가리는 수퍼볼에서도 축시를 읊었다. 고먼은 7일 밤(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수퍼볼식전행사에서 사전에 녹화된 영상으로 출연해 자작시 ‘주장들을 위한 합창(Chorus of the Captains)’을 낭송했다.
어맨다 고먼이 사전 녹화된 영상에서 수퍼볼을 계기로 만든 축시 '주장들을 위한 합창'을 낭송하고 있다. /NFL 트위터
수퍼볼에서 축시가 낭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시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NFL(미 프로풋볼리그)이 선정한 세 ‘명예 주장’을 소개하고 칭송하는 내용이다. 세 명예 주장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사는 예비역 해병대 부사관 제임스 마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교사 트라이메인 데이비스, 수퍼볼 개최지 탬파 병원의 간호사 수지 도너다. 마틴은 상이 군인으로 형편이 어려운 참전 군인과 불우 이웃을 위한 자선 활동에 앞장섰다.
데이비스도 코로나로 인해 교육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활동에 주력했다. 두 사람은 흑인이다. 여성인 도너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를 코로나로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지역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돌봐왔다. 식전 주요 행사들에서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 남성 대신 흑인과 여성 등 소수가 전면에 내세워지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고먼은 영시 특유의 각운을 살리며 이들을 “지도자(leaders)이자 치유자(healers), 그리고 교육자(educators)”라고 불렀다. 식전 축시 낭송 말고도 중간중간 주요 행사마다 다양성을 부각시킨 라인업이 눈길을 끌었다.
흑인·필리핀 혼혈 여성 가수인 H.E.R.이 전자 기타를 연주하며 ‘아메리카 더 뷰티풀’을 불렀다. 미국 국가는 백인 남성 컨트리 가수 에릭 처치와 흑인 여성 솔 가수 재즈민 설리번이 듀엣으로 불렀다. 당대 최고 팝스타를 위한 무대인 하프타임쇼 주인공은 에티오피아계 캐나다인 가수 더 위켄드였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