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기다렸던 한. 미 정상 간의 전화 통화가 지난 3일(미국 시간) 이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지 14일만의 일이다.
약간 늦게, 특히 미. 일 정상 통화보다는 1주일이나 늦게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 자체가 그다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쌍방이 발표한 회담 내용에 관한 브리핑을 보더라도 특별한 이변이나,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사태가 드러난 것도 없다.
김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포괄적인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에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자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며, 한국과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 측은 훨씬 간결하게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서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이것만 보더라도 미국이 이번 정상 통화에서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세부 토론은 극력 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두 정상이 가장 중요한 대목인 북핵 문제에 관해서조차 전혀 논의한 바가 없었다니 거의 의례적인 통화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한 가지 특기할 점은 바이든 대통령이“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lynchpin:요긴한 고리)인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백악관 대변인이 밝힌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리슨 호주 총리나 스가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이 들 나라를 “인도. 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화급(火急)한 과제로 중국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방위동맹을 형성, 한국에 대해서도 이에 가입할 것을 강력히 권유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동북아의 린치핀’이 되어주기만을 바라는 듯 한 발언을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만 하더라도 “인도. 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이라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너무나 급변한 대 한국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미국의 국운(國運)이 달린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이 중심국의 하나가 될 정도로 믿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反證)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에 대한 의심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 신정부의 요인들 입을 통해 상당히 많이 새 나오고 있다.
밥 메넨데스 차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민주)은 지난 1일 조선일보와 가진 화상(畵像)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한 내용을 가지고 크게 분통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실망스럽고(discouraging)”, “걱정된다(concerning)”고 내뱉었다.
“중국이 지금 홍콩인들에게 하고 있는 일, 대만에 가하는 위협 등은 정말 우려스럽다. (중국 공산당의 )그런 역사에 크게 기뻐할 일이 뭐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그는 “중국 공산당이 신봉하는 가치를 한.미가 공유할 수는 없다”면서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 방어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계속 지원을 투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중공을 칭송할 것이라면 그때(6.25) 왜 우리가 피 흘려 싸웠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한국이 중국에 맞서고 반드시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 파괴적인 전쟁 후에 한국을 강한 나라, 믿기 힘든 경제적 호랑이로 만들었던 그 원칙들을 옹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자유 시장, 법치, 반(反) 부패, 인권, 분쟁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 같은 가치들을 수호하기 위한 문제”라면서 “우리가 아는 한국인들은 항상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인권을 준수하며 국제 질서, 법치,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 사장을 믿었다.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일을 본다면 한국이 역사의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메넨데스 위원장이 보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 사람들은 ‘전에 알았던 한국인들’과는 너무나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찬양하고 있는 데다가 그의 최근 행동을 보면 도저히 미국과 더불어 같은 가치를 추궁하는 혈맹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첫째로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한국 정부의 요인들은 모두 트럼프 지지자였음이 공지(公知)의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문 대통령의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하늘에서 떨어진 듯 한 안성맞춤이었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무척 사랑했기 때문이다. 무수히 “I love him”을 연발(連發)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로는 김정은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트럼프가 한.미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인들 “우리가 군사훈련을 해도 좋은지 먼저 북한에 물어보아야 한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코미디가 생기지 않았겠는가?
그 뿐이 아니다. 한. 미 동맹은 그야말로 ‘혈맹(血盟)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우리가 왜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항상 말해, 측근 막료들을 곤혹(困惑)스럽게 만들고, 천문학적인 주둔 비용을 한국에 강요했다. 이 것 하나만으로도 한국에서 얼마나 극단 좌파의 반미감정 부채질에 큰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이들 핵심 주사파들의 궁극적인 꿈은 주한 미군의 철수이다. 그 다음 날이 바로 북한군의 남침 적화통일이 달성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대한민국은 문 정권에 의해 자유와 민주주의 대들보가 낱낱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삼권 분립, 법치, 언론 자유, 자유 시장 경제, 그리고 원전(原電)까지 남아나는 것이 거의 하나도 없다.
이런 세력이 한국을 장악하고 있는 한, 바이든 대통령인들 어떻게 한국과의 혈맹을 유지할 생각이 들 수 있겠는가?
이러다가는 역사에도 보기 드문 대 비극이 대한민국을 덮치고야 말 것이다.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