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 대응을 맡을 연방 보건복지부 차관보에 트랜스젠더 의료인을 지명했다.
'트랜스젠더 의료인'으로 알려진 레이첼 레빈 국장이 지난해 5월 29일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소재 펜실베이니아재난관리청(PEM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바이든 당선인은 19일(현지 시각) 레이철 레빈(64) 펜실베이니아 보건부 장관을 차기 연방 보건복지부 차관보로 지명했다. 레빈 지명자가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미 역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연방 공직자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코로나 검사를 총괄하며 대중을 위한 보건정책 권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 백신을 맞으라”고 직언하는 발언 등으로 화제가 됐던 브렛 지로어가 맡아온 자리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레빈 장관은 국민들이 인종과 종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리더십과 필수 전문 지식을 제공할 것”라고 언급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레빈 장관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지식과 경험을 갖춘 주목할 만한 공직자”라며 “바이든 당선인과 나는 미국 국민이 직면한 전례없는 난관에 대응하기 위해 그와 일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레빈 장관은 하버드대와 툴레인 의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소아정신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7년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였던 톰 울프에 의해 주(州)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현재는 미 전역의 주 공공의료기관을 대변하는 주·지역 보건당국자협회(ASTHO)를 이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레빈 장관은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의 코로나 확산에 대응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주 전역의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하면서 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에 대해 홍보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트랜스젠더’란 사실로 신랄한 공격을 받아왔다. 지난해 5월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선 진행자가 그를 남성 호칭으로 반복해 불렀고, 지난해 7월 한 박람회에선 한 남성이 금발 가발과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채 그를 사칭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