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미국 의사당(Capitol)난동 사건은 날이 갈수록 미국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고조(高潮)시키고 있다.
이미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것 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이나 탄핵소추를 받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남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는 대통령 탄핵결의안은 오는 10일까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지나야 상원에서 상정될 것이 확실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결의안은 상원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해 기각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맥코넬 의원부터가 현재로서는 찬성표를 던질 기세이다. 공화당 소속 50 명 중 17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3분의 2가 된다.
이제 와서는 공화당 의원들도 섣불리 트럼프 편을 들다가는 앞으로 자기 자신의 정치생명에 커다란 악영향이 기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하원에서의 탄핵결의안 표결에도 나타났듯이 공화당 의원들 중 10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나머지 197명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상원 쪽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하더라도 낙관은 전혀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갑자기 각광(脚光)을 받기 시작한 것이 제14차 개정헌법의 등장이다.
이 14차 개정헌법은 미국의 남북 전쟁이 끝나자 바로 의회에서 발의, 제정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동족 상쟁이 끝난 후 북부에서는 남부 세력의 간부들이 계속 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들이 연방정부 등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개정헌법은 구체적인 세칙은 정하지 않고, 의회에서 자세한 내용을 입법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
다시 말하면 이번과 같이 미국의 헌법과 의회제도에 가장 악의적인 파괴행동을 저지르거나 이를 조직, 또는 교사(敎唆)한 사람은 탄핵 때와는 달리 의회에서의 과반수 찬성만으로 영원히 정치에서 제외, 추방되도록 입법 결의하는 권한을 이 제14차 개정헌법은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낌새를 알아차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갑자기 표변(豹變)했다. 그는 즉각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군중 시위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는데, 나는 결코 폭력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요청하는 바이다. 어떤 위법행위나 어떤 종류의 야만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미국인은 서로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흥분을 가라앉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을까?
트럼프 지지 세력이라는 군중들이 의사당에 난입(亂入)하여 기물을 마구 부수고, 사람이 5명이나 죽은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어라고 말했는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라. 나는 여러분을 사랑한다. 여러분은 아주 귀한 존재 들(special ones)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대본산(大本山)인 신성한 의사당을 마구 짓밟고 파괴한 극악한 현행범을 입이 비뚤어져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진 자수(自首)를 권하기는커녕 집에 돌아가서 편히 쉬라고 말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부끄럽지도 않은가?
트럼프가 수 없이 군중을 선동하고 의사당에 돌진하라고 외친 것은 모두 기록에 남아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내걸고 그들이 민주당에 의해 ‘선거 도둑’을 맞았다고 말했다.
“나는 당신들의 고통을 잘 안다. 우리는 산사태(山沙汰:landslide) 가 일어난 것과 같은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모두 빼앗겼다.”
사람들은 의사당 습격을 법률 위반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선거 도둑’들의 행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자기들의 행동은 ‘정의로운 분노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도둑에게 양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는 도둑질을 못하게 해야 한다. 당신들은 가짜 대통령을 갖게 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악착같이 싸워야 한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나라를 잃게 된다.”
그리고 폭도들이 의사당에 처 들어가는 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거기에) 처 들어갈 것이다. (walk down:서부극에서 주인공이 악당과 결투하기 위해 결연히 접근함) 나는 거기에 당신들과 함께 갈 것이다. 우리는 의사당에 처 들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나라를 올바르게 되돌리려면 어떤 정도의 자긍심과 용기가 필요한 가를 민주당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이다”라고 선동했다. 그래 놓고는 그는 의사당 습격이 진행되는 내내 백악관에서 TV를 통해 ‘관전(觀戰)’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에 너무나 많은 미국 시민들이 마취(痲醉) 돼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수많은 공화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선거 도둑’설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공화당 지지자의 45%는 의사당 침입(侵入)을 옳은 일이라고 대답했고, 43%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만약 진실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선거 부정이 있었다면 미국의 대법원을 비롯한 전국 50개 주의 그 많은 지방 법원들이 한결같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공화당 측의 선거 소송을 한 건의 예외도 없이 모두 기각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래 미국의 모든 법원은 가장 위로부터 밑바닥까지 모두 무조건 바이든 편을 들고 일치단결해서 의도적으로 트럼프 측의 소송을 기각했단 말인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란 나라는 몇 발 가지 못해 망하고야 말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의 일부 인사들도 반성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남북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한 것처럼 칭송한다. 트럼프가 한 일이라고는 고모부나 이복형을 무참히 죽인 독재자 김정은을 ‘사랑한다’고 수없이 되뇌고는 일방적으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시켰고, 말끝마다 “왜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방위분단금만 엄청나게 부풀리려 한다. 북한이 소형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는데도 모른 척 하고 있다.
우리 모두 트럼프 식 거짓말의 희생물이 되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