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인구 증가와 집값 부담으로 수요 늘어
베이비부머 시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독신 가구 대신 몇 년 전부터 대가족 거주 경향이 증가했다. 그런데 이런 추세가 팬데믹을 맞아 가속화 되었다고 최근에 부동산 매체 리얼터가 보도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그리고 손주 세대가 함께 살며 서로 의지하는 대가족 거주는 코로나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현재 가족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둘루스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롱텀 케어가 불안해 초기에 어머니를 모셔왔다. 처음에는 식구가 갑자기 많아져 어색할 것 같았지만 밖에 나가 있는 동안에 어머니가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돌보며 집안이 많이 안정화 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원래 독신으로 살며 회사에 다니던 K씨는 “이번에 회사에서 원격으로 근무를 지원하며 타주에 있는 가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독신으로 사는 것도 편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교류 없는 것이 큰 스트레스를 끼쳤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있으면 편하고 집 렌트비 걱정도 안해도 될 것 같아서 타주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퓨 연구 센터에 따르면 3월 이후 이사를 택한 성인 10명 중 6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며, 이중 41%는 부모나 친척의 집에 들어갔다.
늘어나는 대가족 거주 관심은 전미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이하 NAR)의 2020년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이 발병한 후 3월부터 대가족 거주 주택을 찾은 사람은 바이러스가 닥치기 전보다 4% 증가하여 전체 주택 구매자 중 약 15%가 대가족 거주 주택 구매를 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교외에 있는 더 넓은 집을 알아봐서 이사를 가거나 기존에 있는 집을 개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같은 NAR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 가구 이상이 머물 수 있는 대주택은 평균적으로 그렇지 않은 주택보다 22% 더 넓어야 한다. 전형적인 기존 주택이 1880 스퀘어 피트며 27만 달러일 때 대가족 거주 주택은 2990 스퀘어 피트여야 하며 가격은 29만 9000 달러에 달한다. 주택은 22% 더 넓은데 가격은 약 10.7% 더 비싸다.
물론 대가족 공동 주택은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배려할 것이 많다. 남녀노소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화장실 문은 일반적인 화장실보다 더 넓게 해야 하며 전등 스위치 위치도 낮추고 부엌 선반 높이도 몇 인치 낮추는 등 다른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도 청년도 노인도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가족 거주 주택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 책의 저자인 존 그래햄은 “두가지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만큼 별도의 입구가 있어야 하며 별도의 주방 공간 등이 있어야 한다”라며 같이 살지만 구성원들간의 독립된 생활 공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부동산 매체 리얼터는 2021년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대가족 거주 주택 선호 경향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첫번째 이유는 앞서 말한 베이비부머 시대의 은퇴와 함께 고령화 인구 증가다. 오는 2040년에는 미국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며 고령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두번째 이유는 렌트비 및 집값에 대비한 소득격차다. 팬데믹 전에도 2030년까지 집이 없는 노숙자들이 증가할 것이며, 전국의 1090만 가구는 소득의 50% 이상을 집값을 갚거나 렌트비를 내는데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렇게 올라가는 집값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대가족 거주 선호 경향은 저소득층 가구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가족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