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바이러스의 집단 감염 온상인 미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연방·주정부가 시작한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면서, 미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 연방과 주 정부가 운영하는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는 130만 여명. 미 교도소 내 코로나 감염 실태를 파악하는 마셜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중에서 지난 15일까지 27만6000명 이상이 누적 감염(회복 18만6800여 명)됐다. 감염 추세도 전 주에 비해서 10% 증가했고, 지금까지 1738명의 수감자가 숨졌다.
미국 교도소 내 코로나 감염률은 미국 인구 전체에 비해 4배나 높고, 치사율도 배(倍)에 달한다는 미 정부 위원회의 조사도 있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최대 감염 지역으로 뽑은 20곳 중 19곳도 미 교도소였다. 제한된 공간에서 수감자들을 상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의학협회도 교도소 교도관뿐 아니라 수감자들에게도 초기 단계에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이 발표한 접종 권고안에 교도관은 있지만, 수감자들은 없다. 또 이 연방정부 안은 권고사항일 뿐, 실제 백신 집행은 주(州)정부 관할이다. 실제로 콜로라도 주에선 12월초 주 의료당국이 죄수들을 2차 백신 접종대상으로 분류했다가, 주 공화당과 보수 언론매체의 뭇매를 맞고 방침을 바꿨다. 제러드 폴리스 주지사(민주)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인구에 대한 접종이 끝나기 전에, 죄수들을 접종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에는 잠시 밀폐된 공간에 구치(拘置)됐다가 사회로 풀려나는 경우도 있고, 교도소 내 이감(移監), 교도관들과의 접촉이 잦기 때문에 수감자들도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적 인권단체인 콜로라도주 미인권시민연맹(ACLU)는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 사망 선고를 받은 게 아니지 않느냐”며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 접종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말 샌프란시스코의 샌 퀜틴 교도소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미 연방항소법원은 이 교도소에 수감자 수를 절반 가량인 1700명으로 줄이라고 명령했다. 이후 미 교도소들은 모범수나 형기를 거의 채운 수감자들을 가석방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외부인 면회·실외 활동 금지는 물론 수감자간 접촉도 더욱 줄어, 마치 감옥 안에서도 감옥 안에 있는 처지가 됐다. 미 교도소 내 인권과 수감자 감소를 요구하는 미국 ‘저스트리더십(JustLeadership)USA’의 대표인 디애나 호스킨스는 이달 초 영국 옥스퍼드대 채텀하우스 주최의 웹 세미나에서 “백신 접종에서 수감자들은 인간 이하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