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아래 ‘스태튼 아일랜드’ 뉴욕서 유일하게 트럼프 지지
미국 뉴욕시 한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동조하는 이들이 연일 코로나 방역 지침을 거부하며 폭력 사태까지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곳은 맨해튼 남서쪽에 있는 스태튼 아일랜드라는 자치구(borough)다.
뉴욕 경찰은 6일(현지 시각) 이곳에서 맥스 퍼블릭 하우스란 술집의 30대 주인이 영업 제한을 어기고 철야 영업을 계속해 체포 위기에 처하자, 경찰관을 차에 매달고 100여m 도주하다 붙잡혔다고 밝혔다. 뉴욕은 코로나 검사 대비 확진율이 5%대로 치솟아 영업장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데, 스태튼 아일랜드는 유독 확진자가 많이 쏟아져 ‘적색 지대’로 분류돼있다.
하지만 이 술집 주인은 지난주 ‘자치 구역’을 선포하고 손님들을 뒷문으로 들여 계속 철야 영업을 해왔다. 마스크를 벗어던진 손님 대부분은 사복 경관이었다고 뉴욕포스트 등은 전했다. 이 술집 주변에서는 최근 술집 주인 처벌에 항의하는 시위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에 동조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섬으로, 백인 비중이 70%가 넘는다. 부유하고 진보적인 성향에다 이민자가 많은 뉴욕 중심부와는 딴판이다. 뉴욕시 소속 경찰·소방관이 많이 산다. 이곳 주민들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발생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를 계기로 경찰을 공격하는 뉴욕 분위기에도 비판적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공권력 회복을 약속한 트럼프가 뉴욕시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이곳에서 56% 득표율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앞섰다. 이 때문에 ‘트럼프 섬’이란 말이 나왔다.
뉴욕=정시행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