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신규 일자리 24.5만개, 전달의 40% 수준
실업률 소폭 개선? "구직 포기자 늘어난 까닭"
"11월 기준 구포자만 710만...경기회복 멀었다"
휴직자·구포자 등 포함하면 실업률 10%대 넘어
미국의 일자리 증가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20만명을 넘어서고 911 비상전화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다. 특히 재봉쇄 여파로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구직 자체를 포기한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 노동부가 지난 4일(현지 시각) 발표한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한달 간 미국에서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24만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10월 일자리 증가분 61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자 전문가 전망치인 44만개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노동부는 올해 4월 '고용 붕괴'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업률 회복세도 둔화했다. 11월 실업률은 6.7%로 전달(6.9%)보다 0.2%포인트 개선됐지만, 10월 회복세(1%포인트)에 비하면 답보 상태다. 그나마 장기 휴직자는 해당 수치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들을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하면 실업률은 7% 초반대까지 오를 거라는 게 노동부의 추정이다.
◇11월 '구포자' 총 710만명…"美 경제는 길고 어둔 겨울"
문제는 경제활동 참여율(The labor-force participation rate)이다. 이는 재직 또는 구직 중인 노동자의 비율을 뜻하는데, 11월에 이 수치는 61.5%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총 710만 명이 구직 인구에서 이탈한 상태다.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구직 자체를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올해 4월 사상 최악의 60.2%를 가까스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197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코로나 대유행 이후 미국에서는 2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반면 7개월 간 생긴 신규 일자리는 1200만개에 불과하다. 고용지표가 미국 경기불황 장기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직 포기자까지 고려하면 실질 실업률은 10%대로 뛸 거라며 2024년 이후에야 고용률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기업평가업체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실업률 감소의 함정은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더 어두운 겨울로 치닫고 있으며, 실제 백신을 손에 넣고 완전한 경제회복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CNN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경제가 나아지기도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며 "여전히 1000만개의 일자리가 증발한 상황에서 노동시장 붕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백신이 내년 경제에 도움은 되겠지만, 실질적인 호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매우 힘든 길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노동부의 이번 발표로 미 의회의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이 한층 더 압박을 받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여야 초당파 의원들은 9080억달러(약 983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일괄타결하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도 "(초당파 안을 반대하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합의를 위한 모멘텀이 형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