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암살된 이란 핵과학자 주변 1993년부터 스파이 심어 감시
핵 개발 계획 녹취하고, 미국에 제공하기도
암살된 이란 핵무기 개발자 모센 파크리자데
지난달 27일 백주대낮에 방탄 차량에 탄 상황에서 암살당한 이란의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1993년부터 무려 27년간 그 주변에 스파이를 심어 감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일간지 ‘앗샤르크 알 아우사트’ 영문판은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옷 아하로놋’를 인용해 모사드가 1993년 파흐리자데의 주변에 스파이를 심는데 성공했고, 이후 파크흐자데가 핵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녹음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스파이는 파흐리자데와 가까운 이란인으로 알려졌고, 스파이 영입에 성공한 사람이 현재 모사드의 수장인 요시 코헨 국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모사드가 입수한 녹취 중에는 파흐리자데가 5개의 핵폭탄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파흐리자데의 음성이 정확히 언제 녹취됐는지, 당시 심은 스파이가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008년 이 녹음을 들고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아들 부시)에게 이란 공격을 위한 군사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볼 때 이스라엘측 스파이가 15년 이상 파흐리자데 주변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빼돌렸을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4월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을 올메르트 전 총리는 만찬 도중 만찬장 옆방으로 불렀고, 여기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을 위한 특수 폭탄과 수직 이착륙기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군사지원은 거절했고, 대신 정보협력엔 동의했다.
요시 코헨 모사드 국장/예루살렘 포스트
모사드는 1993년에도 파흐리자데와 이란 핵과학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암살을 시도했지만, 이란측이 이를 눈치채면서 연기했다. 파흐리자데에 대한 암살 문제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던 지난 2015년에도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흐리자데는 지난달 2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의 한 교차로에서, 무장 경호원이 탄 차량 2대가 호위하는 상황에서 암살을 당했다. 당시 파크리자데의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해 속도를 늦추자 트럭에 설치된 원격 조종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파크리자데는 사살됐다. 이 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장치로 폭파됐다. 영화 같은 암살 방식 때문에 이번 암살의 배후에는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평가받는 모사드가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나 모사드는 이번 암살과 자신들이 관련 있는 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