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짜라며 마스크 거부… 수많은 미국인이 과학 폄하”
“나의 아버지는 1939년 5월 23일, 대공황에서 회복돼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미국에서 돌아가셨다.”
미국 캔자스주(州)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한 노인의 아들이 쓴 부고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부고를 통해 코로나가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비판했다.
캔자스주 스콧 시티에 사는 코트니 파씨는 지난 1일 코로나 감염증에 걸려 사망한 아버지의 부고를 지역 장례업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수의사였던 부친 마빈 제임스 파씨는 지난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요양원에서 격리됐다가 6일 만에 8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아들 파씨는 부고에서 “아버지는 코로나로 돌아가셨고, 당신의 마지막 날들은 필요 이상으로 더 힘들고 무섭고 외로운 날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아버지는 홀로 숨을 거두셨다. 당신의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무서운 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받다 돌아가셨다”고 글을 이었다.
파씨는 “아버지는 농부였고 수의사였다. 아버지는 삶의 과학을 이해하는 일로 당신의 직업 생활을 채우셨다. 그런 과학이 수많은 미국인에 의해 폄하되고 버려졌다”고 했다.
/페이스북
파씨는 페이스북에 “나는 아버지가 어떻게 떠나셨는지 생각하면 비통하고 화가 난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올해 들어 내내 코로나가 진짜가 아니라는 고향 사람들의 얘길 듣고 살았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코로나가 진짜가 아니고, 그렇게 나쁘지 않고, 노인들만 죽고,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며 “그리고 그런 태도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은 당신 스스로와 우리 가족, 간호인들에게 더 힘든 일이 돼 버렸다. 그래서 부고가 이렇게 쓰인 것”이라고 했다.
파씨는 5일 CNN 인터뷰에서 “여러 측면에서 아버지의 죽음이 정치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미국인들은 코로나가 유행하는 지금 상황에서 주요 보건 전문가들이 말하는 과학을 부정하는 것 같다”며 “어렸을 때 의사·간호사들은 지역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으로 존경받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소셜미디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얼굴을 어루만질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에 격리돼 계셨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CNN은 “파씨의 이야기는 코로나 격리 지침 때문에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에게 직접 마지막 작별을 고하지 못했던 미국 전역의 수천 명의 다른 가족의 경험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지난 나흘 동안 1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5일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코로나로 인한 미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28만 7825명이다. 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 모임 등의 영향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