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각국 정부서 반독점법 철퇴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상상이상으로 강해져… 정부 위기감"
블룸버그 "빅테크 기업에게 누가 '보스'인지 보여주려는 움직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이 무역·군사·외교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합심해서 밀어붙이고 있는 아젠다는 바로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불리는 '빅테크(Big Tech)'를 향한 공격이다. 각국 정부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최근 들어 자국, 타국의 글로벌 IT 기업들을 향해 강력한 규제와 벌금을 물리며 누가 '보스'인지 각인시키고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중국, EU가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IT 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위 빅테크로 불리는 기술 기업들은 규모가 너무 비대해졌고, 그만큼의 힘이 생겼고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게다가 그 권력이 앞으로 계속 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을 계속해서 법정에 세우고 새로운 반독점법을 통과시켜 맞서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대형 IT 기업에 맞설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직접 지원하던 중국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최근 들어 관리·감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국가시장감독총국의 건의에 따라 '반(反)부정경쟁 부처 연석회의'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같은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가 반독점 정책의 수립과 집행 전반을 총괄하는 범정부 사령탑이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 반독점 규제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지난 10월 공개 행사에서 금융 당국의 감독 기조를 도발적 어조로 정면 비판한 뒤에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2일 마윈을 전격 소환해 공개 질책했고, 급기야 지난 3일에는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상장 불과 상장 이틀 전에 전격 중단되는 충격적인 사태로 벌어졌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적인 IT 기업이 즐비한 미국에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당국에서 칼을 빼들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소장에 "미국이 인터넷 검색 시장의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이같은 지배력을 이용해 구글과 유튜브에게 유리하게 검색 엔진을 운영하고 있다고 썼다.
미국의 대표 혁신기업인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정부는 구글과 애플이 '밀월 관계'를 통해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혐의를 꾸준히 제기하며 애플을 향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에서 자사 엔진이 사용하게 하는 대가로 연간 8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를 지불했다. 각각 구글과 애플의 CEO를 맡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와 팀 쿡은 2018년 이러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라이벌로 알려졌던 업계 두 공룡의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밀월행위로 "검색 서비스가 질적으로 떨어졌으며, 소비자의 선택권도 줄게 됐다"고 썼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구글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 애플 기기에서 나왔다.
페이스북 역시 바이든 정권 출범을 앞두고 곤경에 빠졌다. 미국 내 46개에 달하는 주(州) 검찰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그동안 페이스북에 대해 제기돼 왔던 반독점 문제와 소규모 경쟁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매수하려고 했다는 혐의가 다뤄질 것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 역시 각국에서 '반 아마존' 캠페인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34개국 40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제프 베이조스 CEO와 아마존을 향해 ‘아마존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Make Amazon Pay)’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반면 근로자에 대한 처우, 세금 등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아마존은 올해 내내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온갖 비판에 시달렸다. 영국, EU 등으로부터는 탈세 혐의로 당국 조사를 받아왔으며, 배송 직원들에 대해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문제로 논란이 돼 왔다. 이 와중에 제프 베이조스 CEO는 세계 부호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술 대기업들은 그동안 은행, 금융, 광고, 소매, 그리고 중소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의존하도록 강요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행사해왔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경향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샘 와인스타인 카도조 로스쿨 교수는 "최근 미국,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해당 기업들에게 '누가 고삐를 쥐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모양새"라며 "빅테크가 아무리 크고 힘이 있어도 누가 보스인지 상기시켜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