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근 한 달, 언제 끝날지도 모를 것 같던 제2의 격전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게 상당한 표차로 패배했음에도 이를 시인하지 않고, 이른바 ‘제2전선(戰線)’을 펴, 선거 무효화 내지는 대통령 선출권을 연방 하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사력(死力)을 다 해 왔다.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가를 온 세상이 다시 실감하게 됐을 뿐이었다.
우선 가장 큰 파탄(破綻)은 공화당 내분, 특히 트럼프 대통령 핵심 세력의 내부 분열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폭스 뉴스의 앵커인 터커 칼슨은 최근까지 ‘트럼피즘(Trumpism)’의 최고 지지자로 일컬어져 왔다. 칼슨이 방송에서 한 말은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기자회견에 그 대로 반영될 정도였다.
그러던 그가 이번 선거 사태에 대해 반기(叛旗)를 들게 된 것이다.
트럼프 진영의 시드니 파월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11.3 대선에는) 엄청난 선거 조작(fraud)이 있다”고 말한데 대해 칼슨은 그 증거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방송에서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파월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범죄일 수 있기 때문에” 거듭 캐물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칼슨은 일거에 애국 언론인으로 추앙(推仰)받게 되었다.
트럼프가 임명한 FBI국장 크리스토퍼 레이는 “미국은 정통적으로 우편투표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 한번도 아무런 부정행위가 없었다”며 정면으로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했다.
조지아의 국무장관 브래드 라펜스퍼거는 오래 된 공화당원이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은 공정하고 올바르게 승리했다”고 공언했다.
미트 롬니 상원의원(공화)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후 행동에 대해 “각 주와 지방의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여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하고 있다”고 소리 높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 논설위원은 지난 25일자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시민들의 진정한 메시지에 대해 끝내 귀를 막는다면 당신은 추수감사절의 만찬 자리에서 당신의 자녀들로 부터 다음과 같은 심문(interrogation) 을 받게 될 것이다. ‘아빠, 아빠는 진짜로 트럼프와 미국 헌법과의 싸움에서 트럼프 편을 들었단 말이요?’”
11.3 대선이 끝난 후로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전국에서 수도 없이 많은 선거소송을 제기했으나 30번이나 법원에 의해 기각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 주의 연방지방법원은 “선거 부패가 만연했으니 개표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는 트럼프 측의 소송 제기에 대해 지난 21일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각 주가 기일 내에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막자는데 그 목적이 있음으로 확실한 증거도 대지 않고 무조건 소장(訴狀)부터 내고 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 좋게 몇 개 주에서 법원이 소송 시작을 허락해 주기만 하면 2심, 3심으로 얼마든지 시간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의 투표가 끝나면 주(州)별로 주지사, 주 국무장관, 선거참관인위원회 등이 개표 결과를 ‘인증’하도록 되어있다. 그런 다음 각 주 지사는 승리한 정당이 선정한 선거인단을 12월 8일까지 미 의회로 보낸다. 12월 14일 선거인단이 하원에서 모여 대통령을 정식 선출하게 된다. 12월8일까지 주별로 개표 결과에 대한 인증 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선거 자체가 무효화되고 대통령 선출권이 의회로 넘어간다.
이것이야 말로 트럼프가 노리는 ‘제2전선’이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집요(執拗)한 성격은 조지아 3차 재검표 신청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측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조지아에서 제2차 재검표 때 우편 투표자들의 서명을 제대로 재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편 투표자에 대한 서명 검정은 첫 개표 작업 때만 이루어지고는 서명이 기재된 봉투는 파기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에 명시된 투표 비밀의 보장을 위한 필수조치라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측은 재검표 때 서명 검정도 또다시 함께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번 3차 재검표에서는 더욱 철저한 수작업(手作業)이 필요할 텐데 트럼프 측은 이번 재검표를 계표기(計票機)로 실시하는데 동의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트럼프 측의 의도는 오직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태를 휘저어 보자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대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한국 정부도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애당초 김정은과의 사랑을 운운하는 비인간적인 트럼프의 그늘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노려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순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한.미 동맹 강화 결의안은 바이든 후보의 측근이 제출한 안건이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애지중지(愛之重之)’하는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은 상정되지도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더욱이 바이든 정권의 최 중요 각료 내정자들의 대 북한관을 모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무장관 내정자 토니 블링컨은 김정은을 여러 차례 ‘흉악범(thug)’ 또는 ‘최악의 폭군’이라고 부른바 있으며, 북한을 ‘최악의 수용소 국가’라고 칭하기도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이크 설리번은 “북한은 큰 약속을 해 놓고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전시킨 역사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숨 쉴 공간을 얻으려고 일련의 약속을 하고 나중에 파기하는 것이 북한의 오래된 전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저의(底意)가 수상한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미국에서 평가받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하물며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어떻게 해서라도 무너뜨려 보겠다고 안달하는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대북 구걸(求乞)자세는 바이든 정부의 역린(逆鱗)을 건드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언제나 불의(不義)에 굴복하는 가짜 평화보다는 인륜을 높이 쳐드는 정의의 싸움으로 인류는 번창(繁昌)해 왔다는 역사의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