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승인 절차에 돌입했다.
26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날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적합성 평가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백신 허가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정부가 독립 규제기관인 MHRA에 적합성 평가를 요청한다. 영국 정부는 앞서 MHRA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요청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지난 23일 자사 백신 후보물질의 3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평균 면역 효과가 70%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1회분 정량을 한 달 간격으로 2회 투여한 그룹(8895명)의 면역 효과는 62%였지만, 1차 접종 때 1회분 정량의 절반만 투여하고 2차 접종 때 1회분 정량을 투여한 그룹(2741명)의 면역 효과가 90%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메네 팡갈로스 아스트라제네카 부사장이 "원래 연구진은 모든 참가자에게 1회분 정량을 투여할 생각이었지만, 측정 오류로 인해 절반만 투여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첫 투약에서 1회분의 절반을 맞은 참가자들은 모두 55세 이하로, 고령층이 없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미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의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가 이를 처음 공개한 후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나중에 시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임상 분석 결과에서 핵심 정보도 빠뜨렸다. 전체 3상 참가자 중 131건의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했는데, 백신을 두 차례 모두 1회분 투여한 그룹과 1차 접종 때 절반만 투여한 그룹, 위약을 투여한 그룹에서 각각 몇 건씩 나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영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다르게 설계한 임상 결과를 종합한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통상 제약사들은 같은 방식으로 설계한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추가 임상시험 계획을 발표했다. 소리오 CEO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미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규모의 환자만 필요한 만큼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백신 승인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국가에선 올해 안에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에선 승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봤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외국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한 백신, 특히 결과에 의문이 제기된 경우 승인을 해주지 않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추가 임상시험을 이유로 백신 승인을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회분을 두 차례 투약하는 방식의 면역 효과가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목표치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패트릭 밸런스 수석과학고문은 이날 보리스 존슨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와 "(과정이 어떻게 됐든) 가장 중요한 결과는 백신이 통한다는 것이고 이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위티 의학 수석 고문은 "안전성에 대해서는 규제당국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