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에 불복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주소창에 ‘루저닷컴(Loser.com)’을 입력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하는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떠서 화제가 되고 있다. ‘루저(loser)’는 패배자란 의미다.
영국 인디펜던트·미국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루저닷컴 주소는 9일부터 트럼프 대통령 위키피디아 페이지로 연결되고 있다. 미 주요 언론 매체들은 지난 7일 일제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소식을 타전했는데, 그 뒤에 루저닷컴 연결 페이지가 변경된 것이다.
영미권 유명 인사를 포함한 많은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 등으로 이 소식을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 미 정치비평·문화 칼럼니스트인 커트 앤더슨은 트위터에 루저닷컴 주소를 올린 뒤 “최고의 도메인 이름 활용”이라고 했다. 트위터상에서도 ‘루저닷컴’을 검색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이 나온다. 트위터 측은 “사용자 계정이 특정 용어와 함께 자주 언급되면 알고리즘적으로 검색 결과에 나올 수 있다”며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사용자들이 트윗하는 방식에 따라 계속 변한다”고 전했다.
이 주소의 주인은 미국 코미디언 브라이언 코넬리로 알려져 있다. 코넬리는 1995년부터 이 도메인을 소유했다. 그는 이전에도 미국 정치인 등 유명인사를 이 주소로 망신을 줬다. 앨 고어 전 민주당 대선후보, 힙합 뮤지션 카녜 웨스트 등이 그의 표적이 됐다.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웹사이트로 연결된 적도 있었는데, 코넬리는 데일리비스트 인터뷰에서 “오바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유권자 등록을 더 많이 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위키리크스 역시 좋은 뜻에서 연결시킨 것이라고 코넬리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루저닷컴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당시 경선 후보)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기록했을 때도 루저닷컴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로 연결됐었다. 코넬리는 “루저닷컴으로 수익화를 시도한 적은 없다”며 “나는 수년 동안 재미를 위해 이 도메인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루저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모든 언어권에 알려진 보편적 용어”라고 덧붙였다.
‘루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을 비하할 때 자주 쓰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자신과 겨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은 역대 최악의 루저”라고 공격했었고, 밋 롬니 공화당 상원 의원을 겨냥해서도 “(2012년 대선 때) 내게 지지를 구걸한 루저”라고 했었다. 이밖에도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들을 ‘루저’ ‘호구’ 등이라 불렀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유행어인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를 이용한 조롱 도메인도 등장했다. ‘당신은해고야닷컴(yourefired.com)’을 인터넷 주소창에 치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가 나온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