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 대선 승리자 확정이 늦어지고 소셜미디어에 검증되지 않은 선거 조작 의혹을 퍼나르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미국의 IT 기업들이 ‘음모론과의 전쟁’으로 비상이 걸렸다.
페이스북은 5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훔쳤다’고 주장하는 친(親)트럼프 성향의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그룹 계정을 삭제했다. 지난 4일 개설된 이 그룹에는 이틀 만에 36만5000여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측은 “예외적 조치의 일환”이라며 “그룹이 선거 과정의 정당성을 훼손하고자 조직됐고, 그룹 일부 구성원이 폭력을 촉구하는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삭제 이유를 밝혔다.
페이스북은 또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불복 구호로 사용하는 ‘도둑질을 멈춰라’나 ‘샤피 게이트’라는 연관 검색어 사용도 차단하고 있다고 미 IT 매체 테크크런치 등이 보도했다. 샤피 게이트란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하는 브랜드 샤피(Sharpie) 펜으로 투표를 하면 무효표 처리가 된다는 미 대선 음모론의 일종이다.
트위터는 각종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글에 “선거 또는 다른 공적 절차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적은 ‘경고 딱지’를 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5일 저녁 “선거가 조작됐다"고 말한 백악관 기자회견 영상을 공유한 글에도 경고 딱지가 붙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대선 당일 아침부터 5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29건 중 38%가 경고 딱지 등 제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을 참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폭력 미화 등의 이유로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당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유튜브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 담긴 영상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튜브는 문제가 되는 영상들에 ‘민주적 절차를 방해한다’는 식의 경고 문구만 삽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너무 소극적인 대처라는 것이다.
허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