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우리를 가장 분노케 한 것이 이수혁 주미 대사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11일 화상을 통한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 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관이 주재국과 결별(訣別)을 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언명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폭언일 뿐 아니라, 국익을 결정적으로 손상할 수 있는 가장 용서 못할 행동이다.
미국에서도 귀를 의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처음에는 이수혁 대사의 말이 잘 못 번역된 거라고 확신했다. (I was certain his comments had been mistranslated.)”라고 말했다. 이 대사가 그런 말을 했다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주한 미국 대행대사를 맡은 일도 있고,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한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회장도 지내는 등 50 년 넘게 한반도 문제를 다루어 왔다.
그는 “노련한 외교관인 이 대사가 (한국) 정부 견해를 반영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국익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동맹국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역사상 가장 커졌다. 중국은 동북아 패권을 쥐기 위해 북한과 손잡고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동맹과 파트너십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라면 이 대사 발언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의 말 중 가장 정곡(正鵠)을 찌르는 부분은 “이 대사가 한국 정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로서는 가장 원통한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70년간 굳건히 지켜왔던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문재인 정부가 재고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에 표면화됐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일개(一介) 외교관이 함부로 ‘한미 동맹 재고’가능성을 공공연히 지껄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서도 여당인 민주당 측이 바로 이수혁 대사의 발언을 옹호하는 성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당이 이 대사 발언을 공격하고 나서자 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 대사의 발언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외교에 있어 국익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동맹에서 국익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발언이 왜 논란이 되는지, 공격의 대상이 되는지 의아하다. 한미 동맹을 성역처럼 신성시하는 태도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한미 간의 이익이 모두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퍼스트(first)라는 관점에서 발언을 하면 금방이라도 한미 동맹이 깨질 것처럼 난리가 난다”고 이 대사를 옹호했다.
일견 그럴싸한 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거나, 애써 그들의 정체를 얼버무리려는 것 밖에 되지 못한다.
알고 보면 이수혁 대사는 지난 6월에 이미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미국과 중국간의 나날이 격화되어가는 갈등과 관련해 “이제는 우리가 (미. 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란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대체 군사동맹이란 왜 필요한 것일까? 한 나라가 외부로부터의 무력 위협을 받고 있으나 자기 나라 힘만으로 이를 막아낼 수 없을 때 뜻을 같이 하는 다른 나라와 힘을 합해 이를 막아내고, 또 바라건대는 애당초 달려들지 못하도록 방어태세를 굳건히 하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대한민국은 북한으로부터 불의(不意)의 무력 침략을 받아 낙동강 유역까지 밀려 내려갔으나 미국 등 우방의 참전으로 이를 막아내고 지금의 휴전선까지 영토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북한의 무력 위협이 그치지 않아 한국은 1953년 10월1일 미국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우리가 그 때 미국을 군사동맹국으로 선택한 것은 미국이 우리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에게는 이수혁 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 미 군사동맹을 파기하거나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을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일까?
물론 형식적으로는 어느 나라나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70년 전 그 당시 우리가 미국을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파기하거나,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을만한 여권이 되어 있는 것일까?
말도 안되는 일이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다량으로 개발, 보유함으로써 핵 없는 대한민국은 그 앞에 꼼짝도 못하는 벌거벗은 상태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 편을 들어 군사동맹을 맺어 북한의 핵 위협을 막아주겠는가?
다시 말하면 7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그 때보다도 수 10배, 수 백 배? 아니 수치상으로는 헤아리기도 끔찍스러울 정도로 최악의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한. 미 동맹이 필요없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핵을 갖고 으르렁대는 북한과 종전선언을 맺어 그들을 달래야 한다고 나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또 은근히 미국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대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람이다.
이 모든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사회주의화를 지상(至上)목표로 하는 주사파(主思派)들이 그려 온 밑그림이다. 이들이 갈망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주한미군의 철수이다. 그 순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산산 조각이 나고, 눈 깜박할 사이에 피비린 내 나는 공산 독재가 한반도를 뒤덮고 말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지하(地下)에서만 책동해 오다가 요즘 바짝 그 정체를 노골적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스로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적(敵)임을 이제는 숨기지도 않는다. 이 위중한 시국에 야당 세력들은 서로 다투지 말고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