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한국의 국가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살된사건은 25일 북측이 정식 사과문을 보내오고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메시지까지 공표함으로써 뜻밖의 큰 정세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북측은 이 메시지에서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였습니다”라고 말하고,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리해를 바랍니다”라고 맺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권이 이 사건을 바로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3일간이나 감추고 있다가 발표한 데서부터 큰 이상(異常)이 감지되었었다.
첫 째로 해양수산부의 공무원이며 어업지도원인 A씨가 북방한계선 북쪽 바다를 표류하다가 북한군에 발각되어 변을 당하는 과정을 우리 군 당국은 즉시 현장 확인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도 18시간 후에나 이루어 졌다고 발표하고 있다.
군 당국은 A씨가 구명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을 지적하며 그가 월북을 감행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는 추리를 내세웠다.
도대체 군 당국이나 청와대 당국자가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데 대한 해명으로 그가 월북 시도자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들의 말과는 달리 그들은 문 대통령에게 아마 즉각 실시간으로 보고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사건을 바로 국민에게 알리기에는 매우 거북한 난문제(難問題)가 있었기에 발표를 지연시켰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그 난문제란 바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화상(畵像) 연설이 23일 새벽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연설 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한과의 ‘종전(終戰)선언’제안이다.
연설 화상은 이미 지난 18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만약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여론이 들끓고, 해외에서도 반 북한 정서가 고조된다면 모처럼의 대북 유화(宥和) 제안이 웃음거리가 될 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난 생 처음으로 가장 어려운 결단을 두고 피나는 고민을 하지 않았을 까 싶다.
그런데 나온 대답은 ‘연설을 단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2년 전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의 격렬한 미움을 받아 왔다. 김정은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전개했으나 싱가포르 회담에서 무참(無慘)한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평양으로 돌아가는 긴 기차 여행 내내 문 대통령에 대한 증오감을 되씹고 복수를 다짐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발이요, 이번에 있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무한한 인내심으로 이 모든 북한의 도전을 참고, 김정은을 달래려고 안간 힘을 다해 왔다. 그 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추측하기에 문 대통령은 그 동안 김정은에게 약속한 것이 더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약속한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강조한 ‘종전선언’제안이 그 중 하나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식자들의 추측이다.
왜냐 하면 ‘종전선언’이야 말로 남북 적화 통일의 가장 현실적인 지름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이루어진 후에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다짐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종전선언부터 먼저 하고 나면, 비핵화 협상 진전여하와는 상관 없이 언제나 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버리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주한 미군의 존재 의의를 의심하고 한국이 주둔비를 더 낸다면 모를가 그렇지 않으면 철군해야겠다고 주장해 왔다고 하지 않은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40일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번에 유엔 총회 연설을 계획대로 감행하고야 만 것이다.
드디어 문 대통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같은 우리의 추측은 어느 정도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번에 보내온 북측의 메시지에는 김정은이 지금 문 대통령에 대해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측으로는 지금 당장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바라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종전선언 문제를 북한이 먼저 제기하는 것은 약세를 보이는 같으니 싫고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해 왔다는 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갑작스런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대해 미국 측의 반응은 냉소(冷笑)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선임부소장은 “종전선언은 중국, 러시아. 북한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구실만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종전선언이란 것은 모든 사전 평화프로세스를 완성하고 난 다음에 이루어질 종착점이지, 이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환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 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연설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혹평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문 대통령이 거꾸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열쇠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 달성이 한국전쟁의 영구 종식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엔 총회 연설을 단행한 이상 문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의 동의 없이 남한 단독으로라도 북한과 종전선언을 실현하고, 일방적으로 미군 철수를 촉발한 후 남북이 합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돌진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핵을 가진 북한과 남한이 합친다는 것은 적화통일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세력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수십만 명이 피를 흘린 다음에야 모두 뒤늦게 스스로의 인식부족을 깨달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