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은 취임 후 3년6개월간에 2만 번이 넘는 거짓말을 해 왔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팩트 체커(Fact Checker)팀을 구성해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평균 15회 이상의 거짓말을 해 왔다는 것이다.
분야별로는 이민 관련이 2635회로 가장 많으며, 외교(2282회), 무역(1965회), 경제(1860회), 러시아(1562회), 일자리(1464회)등이었고, 코로나 관련도 977회나 된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월 그 내용을‘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진실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엮어 출판하기까지 했다.
특히 금년 1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관해 많은 논평을 해 왔는데 대부분은 너무나 낙관적이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1월21일에는 “우리는 완전히 사태를 컨트롤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에서 온 한 사람뿐인데 잘 통제되고 있다. 곧 아무 탈이 없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3월에 들어서면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그는 “(비슷한 바이러스인데) 독감 백신이면 왜 안 되겠느냐?”고 스스로의 무식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전혀 새로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동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중대하고도 근본적인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인 밥 우드워드와 작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8 회나 인터뷰했고, 우드워드는 그 내용을 ‘분노(Rage)’ 라는 제목의 책자로 곧 발간한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사 보도로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 한 유명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보통 독감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얕잡아 말해 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균은 매우 무서운 균이다. 공기를 통해 전염되니 (예방이) 매우 까다롭고, 가장 심한 독감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 내용은 모두 녹음기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바로 3일 뒤에 Fox Busi nes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참으로 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는 11명의 확진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아주 빨리 회복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 주일 후에는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 질병을 대단히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언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나는 언제나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한다. 패닉(panic:공황)이 일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실태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우드워드에게 실토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병이 정말 무서운 병인 줄은 아는데 이것을 세상에 알리면 국민들이 모두 놀라니까, 국민이 놀라지 않도록 사실 자체를 덮어버리고 아무 걱정 할 것 없다면서 그저 넘어가자고?
이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예를 들어 2차대전 때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서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국민들이 놀랄까봐 비밀로 감추어 두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 뿐이 아니다. 액병의 정체를 일시적으로 감추는 것은 혹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그러나 정부의 각 기관은 국민이 모르고 있는 사이에라도 필요한 방역책을 100% 펼쳤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타임을 완전히 허송하고 아무 방역 대책도 세우지 않고 미국을 수개월 동안 완전 무방비상태로 방치(放置)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미국을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최악의 코로나 피해국으로 완전 초토화하고 말았다. 뉴욕 타임스에 의하면 만약 그 동안 미국이 캐나다에서의 코로나 치사율만큼만 유지했더라도 10만 명의 미국 시민이 죽지 않고 아직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안 죽어도 될 10만 명의 미국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죄로 탄핵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심산(心算)으로 수개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일까?
두 가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모든 다른 바이러스처럼 여름 더위가 오면 자연히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모두 없어질 줄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예상은 깨끗이 빗나가고 말았다.
둘째는 미국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독감과 유사한 것으로 과소평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편승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의 독감 사망자는 10년 전에는 12,00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3년 전에는 61,000명으로 치솟았다. 백신이 있는 상태에서도 이런 정도인데 아무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코로나의 경우도 두고 봐야겠지만 운이 좋으면 피해를 견딜 만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뒤집어씌우는 술책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상지였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이 세균에 의한 미국 공격 음모를 획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내세우려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대통령 재선일이 5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빨리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고 모든 전력(戰力)을 국내 질서 유지 문제와 경제 재건쪽으로 몰고 가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를 스스로 알면서도 국민의 동요나 주식시장의 동요를 막는다는 따위의 구실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나도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코로나 대책을 엉망으로 방치했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스스로 고백함으로써 너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인 바이든을 극좌 사회주의 세력의 주구(走狗)로 몰고, 바이든이 집권하면 미국의 모든 질서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비세(非勢)를 만회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자백, 자인(自認)한 이번 거짓말 소동은 공화, 민주 양당의 정책 차이를 떠나 미국의 국격(國格)이나 품격(decency)에 비추어 결코 용서받기 어려운 망발(妄發)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