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협상 난항 중 독자 행보…실효성 의문
연방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급여세를 유예하고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연장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인들에게 긴급 대유행 원조를 전달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 조치의 내용은 매우 복잡하며 법적인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어서 신속한 구제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회가 연방정부 지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 중 일부는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낸시 펠로시 캘리포니아주 하원 의장은 트럼프의 행동이 위헌이라고 일축하고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에는 △학자금 융자 구제 연장 △연봉 10만 달러 이하 미국인에 대한 급여 세금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실업급여 연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급여세 영구 감면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지난달 만료된 실업수당을 연장하되 기존 주당 600달러에서 400달러로 줄여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75%는 연방 재난구호 기금에서 충당하고 25%는 각 주가 부담해야 한다. 또 연 소득 10만 달러 이하 소득자의 급여세를 9월부터 연말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사회보장세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급여세 유예를 연장하고, 나아가 영구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 외 7월 말로 종료된 강제 퇴거 중단 제도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학자금 융자에 무이자 정책도 연말까지 연장했다.
문제는 관련 내용이 의회에서 논의되는 중에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독자행동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여야가 각각 3조 4000억 달러, 1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주장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돌연 행정명령 권한을 발동했다. 특히 중산층까지 급여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집권 여당인 공화당조차 반대하는 내용이다.
세제 문제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행정부 수반이 삼권분립을 침해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각 주도 혼란에 빠졌다. 연방 지출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의회가 이번 추가 경기부양안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 정부가 실제 추가 지원을 집행하려면 새로운 재정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CNN은 여기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면서 각 주의 가용 자금 보유 여부마저 제각각이라고 했다.
이미 기존 실업수당 600달러를 전액 지불했던 연방 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르면 새로운 실업수당 400달러 중 100달러는 주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급여세 유예로 예산이 크게 줄어들고 추가 실업수당까지 지불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지 정책이 축소되고 공무원이 임시 휴직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사진=Fox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