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리콜 악재, 기아 스팅어 등 신차 앞세워 위기 '정면 돌파'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
현대기아자동차가 잇따른 ‘리콜 쇼크’로 위기를 맞고 있으나 신차를 앞세워 부진을 털어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이 108만96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감소했다. 기아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도 65만8332대를 기록하며 6.5%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동반 실적 부진은 지난달 세타2엔진 결함에 따른 리콜 충당금이 1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격 대기 중인 신차를 앞세워 위기를 넘는다.
현대기아차는 23일 기아 ‘스팅어’를 시작으로, 6월 현대 코나, 7월 기아 스토닉, 9월 현대 제네시스G70 등 경쟁력을 갖춘 뉴페이스를 대거 시장에 선보인다.
주력 모델 노후화로 판매 부진을 겪는 기아차가 가장 먼저 출격한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는 올해 기아차의 실적 개선을 이끌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스팅어에 기존 기아차 엠블럼 대신 알파벳 ‘E’를 형상화한 새로운 프리미엄 모델 엠블럼을 적용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2번타자는 현대차가 최초로 선보이는 소형 SUV 모델인 ‘코나’다. 현대차는 기존 모델과 다른 디자인과 최첨단 안전 및 편의사양을 적용해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SUV 시장을 석권한 쌍용차 티볼리와의 뜨거운 한판승부가 예고된다.
코나의 구체적은 재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소형차에 프리미엄 모델인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일부 트림에 장착된 안전 및 편의사양을 대거 적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1.4 가솔린 터보, 1.4 디젤, 1.6 디젤 등 세 가지 트림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7월에는 기아차가 코나와 같은 소형 SUV 라인업인 ‘스토닉’을 내놓는다. 스토닉은 ‘스테디셀러’인 프라이드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SUV로 내년에는 EV(전기차) 모델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하반기에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G70가 주인공. 제네시스G70은 스팅어와의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맛붙는다.
한편 연방정부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세타2’ 엔진 장착 차량 리콜과 관련해 적정성 조사를 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리콜 관련 적정성 조사를 받기는 현지에 쏘나타를 수출한 198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도요타 ‘급발진 사태’나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처럼 회사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방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가 2015년 실시한 세타2 엔진 장착 쏘나타(YF) 리콜(47만대)에 대한 적정성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도로교통안전국은 이 조사와 함께 현대기아차가 지난 4월 발표한 세타2 엔진 결함과 관련한 리콜(119만대)의 적정성 조사도 병행한다고 덧붙였다. 도로교통안전국이 2년 전에 실시한 리콜의 적정성을 조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적정성 조사는 해당 업체가 실시한 리콜이 적절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실시한다. 도로교통안전국은 업체가 고의로 리콜 대수를 줄이거나 리콜 원인을 축소했다고 판단할 경우 적정성 조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 47만대를 리콜했다. 이 엔진을 장착한 2011년,2012년식 쏘나타가 소음이 심하고 주행 중 엔진이 꺼지며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소음 등의 문제이며,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로교통안전국은 주행 중 시동 꺼짐은 안전 문제이며, 재시동이 안되고 견인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해당 차량을 리콜할 것을 명령했다.
현대차는 소음 등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부품의 청정도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도로교통안전국은 현대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문제가 발생한 차량 47만대만 리콜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 부장 출신 한 공익제보자가 도로교통안전국에 세타2 엔진 관련 결함을 제보하면서 도로교통안전국의 입장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가 전달한 현대차 내부 문건 등에는 세타2 엔진 결함이 공장에서의 가공 잘못이 아니라 커넥팅로드와 베어링의 재질과 강성 등 전반적인 설계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함이 특정 공장에서의 가공 불량이 아닌 설계 잘못으로 발생했을 경우 이 엔진이 장착된 모든 차량이 리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리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도로교통안전국은 현대차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콜 대수를 줄인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도로교통안전국은 허위보고한 업체에는 엄청난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현대차에는 적잖은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리콜 관련 법규를 위반할 경우 최대 1억500만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허위정보를 제출한 사람도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1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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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 <기아자동차>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