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2월 회의서 170명임원 전세계로 전파
미국에서 전염병과 맞서야 할 제약 업체가 오히려 “코로나 수퍼 전파자”였다. 미국 내 코로나 초기 집단 전파지 중 한 곳이 미국 유명 제약사 바이오젠이 지난 2월 개최한 리더십 회의였다고 지난 12일 뉴욕타임스지(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지난 2월 26~27일 본사가 위치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매리엇 롱와프 호텔에서 연례 리더십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회의엔 미국은 물론 독일·스위스·이탈리아 지사 등에서 온 170여명의 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함께 저녁 부페 식사를 하며 거리낌없이 서로 악수와 볼 키스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간의 일정이 끝난 후 임원들은 미국·유럽 등지로 복귀했다.
회의가 끝난 주말이 되자 바이오젠 사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과 접촉했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이들이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매사추세츠주 보건당국은 밝혔다. 확산은 매사추세츠주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인디애나·테네시·노스캐롤라이나주 초기 확진자 9명이 모두 바이오젠 임원으로 확인됐다. NYT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최소 미국 6개 주, 해외 3개국으로 이동했다. NYT는 “바이오젠과 관련한 확진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확산 기조엔 바이오젠 측의 책임이 가장 크다. 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사업부의 한 간부는 회의가 끝나고 이틀 뒤인 지난 2월 29일 남편과 함께 뉴저지주 프린스턴의 친구집에 열린 파티에 참석해 참석자 45명 중 15명에게 코로나를 옮겼다. 또 알츠하이머 치료약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감염 사실을 숨긴 채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 입국하려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3월 2일 바이오젠은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이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투자은행 코웬이 주최하는 대규모 보건 회의에 4명의 임원을 참석시켰다. 이중 2명은 나중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위험이 대두된 당시 시점에서 대규모 회의가 개최된 배경에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약은 임상 실험에 거듭 실패하다 지난해 가을 효과 입증에 성공해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다렸다. 당시 회의도 FDA 승인 기대감에 참여 열기가 고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바이오젠발 코로나 사태로 회사 업무가 일부 중단된 상황이라 FDA 승인을 위한 검토 기한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젠 로고. <바이오젠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