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사상 최악의 대통령(The worst President. Ever.)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동지(同紙)의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Max Boot)는 “코로나19의 대재앙(大災殃)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트럼프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규탄했다. 과거에는 미국남북전쟁의 발발(勃發)책임자로 지목된 제임스 뷰캐넌 제15대 대통령(1857~1861)이 꼽혔지만 이제는 ‘최악 대통령’의 자리가 트럼프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하기야 지난 2월26일에“미국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5명밖에 없으며, 이것도 곧 0명으로 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다가 불과 수 주일만에 미국을 40만 명의 확진자를 가진, 중국을 넘어 세계 제1의 바이러스 피해국으로 전락시킨 트럼프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한탄과 분노를 이해할만하다.
이번 일로 트럼프에게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필수 재질(才質)이 몇 가지나 빠져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첫째로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불과 4~5주일 정도의 시간 안에 15명에서 40만 명으로 갑자기 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당시에 미국 내에서 바이러스 검진을 실시한 숫자가 전국을 통틀어 수백 건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이 가진 테스트 키트가 성능 불량으로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코로나19 환자가 15명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백악관의 피터 나바로 정책국장은 이미 지난 1월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경고했다. 이 때 그는 50만 명 이상 미국인이 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 한 달 후인 지난 2월 23일에 두 번째 보고서를 통해 “미국인 최대 1억 명이 감염되고 최대 120만 명이 숨질 수 있는 전면적인 팬데믹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보고서를 받아본 지 3일 후에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서는 곧 코로나19 환자가 0명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나바로 국장의 경고문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는 했어도 일단 무시하고 중국처럼 이 사실을 감추는 것이 옳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후의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그는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의 진상이 알려질 경우 증권시장에 큰 충격이 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가 금년 11월 3일에 대통령에 재선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제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에게도 변명할 수 없는 큰 죄를 저지른 것이 되고 말았다. 그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정면으로 맞붙어 싸울 수 있는 준비를 즉시 갖추었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결정적인 2 개월이라는 세월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완전히 허송(虛送)하고 말았다. 이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그 두 달 사이에 검진 키트를 충분히 확보하여 일선 의료진에 신속히 배달하고, 추가 병실을 대량 확보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의료 봉사자들을 소집 편성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 보좌관이자 유엔 대사를 역임한 수잔 라이스(Susan Rice)여사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라이스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wartime president)”이라고 선언했지만 ‘불행하게도(unfortunately)’그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세균과의 전쟁에 대해 아무런 지휘능력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일종의 독감에 비유하고 “우리는 사태를 잘 장악하고 있다. 아무 걱정 할 것 없다.(We have it under control. It’s going to be just fine.)”고 말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코로나 전파의 촉진제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라이스 여사는 작심한 듯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Let’s not kid ourselves.) 현 최고 지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스스로가 현 최고 지휘관과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있다.”
비슷한 상황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까지“코로나 사태는 곧 지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다가 대구 사태가 폭발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시인하면서도 바이러스의 전파원(源)인 중국발 입국자 통제는 한사코 반대했다.
“중국과는 공동운명체이고, 그들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라는 너무나 뒤떨어지고 비뚤어진 세계관의 포로가 된 문 대통령은 수만 명의 병균 보유자들이 중국에서 홍수처럼 밀려들어 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드디어 한국이 중국 다음 가는 확진자 보유국이 된 후, 국민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사태가 조금 갈아 앉자 문 대통령은 이를 스스로의 선전(善戰)덕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들은 정직해야 한다.
한국의 코로나 사태를 가라앉게 만든 일등 공신은 역대 정권 아래 꾸준히 육성된 민간 의료제도의 우수성이라는 것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좀더 겸손해 져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도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백신(vaccine)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 까지는 지금의 바이러스 전파 쓰나미는 앞으로도 계속 재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이 조금씩이나마 수그러 들어가는 듯이 보이는 이유는 모든 나라가 ‘사회적 거리 뛰기(social distancing)를 여행(勵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회 격리 방식은 세계 모든 나라에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는 지금 커다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회적 격리를 여행하면 머지않아 세계 경제에 일대 공황(恐慌)이 닥쳐 수 십, 수백 만 명이 아사(餓死)하게 된다. 그렇다고 사회적 격리를 풀면 또다시 바이러스의 대 전파(傳播)가 밀어닥친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절대로 겸손하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정신에 끝까지 투철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