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실업자, 달러 가치 등 전분야에서 요동
지난 3월 인류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마주 섰다.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동시다발적으로 멈춰 세우고 인간 사회는 경제 활동을 스스로 포기했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조차도 한 치 앞을 예측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경제 충격에 글로벌 시장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포브스는 ‘속이 뒤집히는 듯한’ 시장이었다고 지난 3월, 그리고 3월로 마무리된 1분기를 평가했다.
‘토할 것 같던’ 3월에 세워진 기록은 눈을 의심케 한다. 번지 점프 같은 폭락(증시)과 제트기 같은 폭등(달러 가치, 신규 실업자 등)이 어지럽게 엇갈렸다. 문제는 3월이 최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몇 주가 아주 아주 고통스러울(very very painful)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관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 ‘토 나오는 3월’에 이어 ‘너무나 잔인한 4월’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중이다.
코로나가 세계를 강타한 2020년 3월에 세워진 믿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의 기록들을 정리했다.
◇증시: 가장 빠른 속도로 폭락
지금까지 이토록 빨리 증시가 폭락한 적은 없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하던 미 S&P500 지수는 딱 16일 만에 20%가 하락했다. 번지점프 수준의 폭락이다. 이전 기록은 44일이었다. 골드만삭스 주식 전략팀장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3월의 증시 폭락은 하락 폭도 폭이지만 그 속도와 변동 폭 면에서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S&P500 지수의 1분기 하락 폭은 20%로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은 23%가 폭락해 1987년 이후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실업자: 사상 최대 폭 증가
지난달 26일 미국 신규 실업자(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통계는 이전과 단위 자체가 달랐다. 3월 셋째 주 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약 330만건으로 이전 최고치(1982년 10월 69만5000건)의 다섯 배 수준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2009년 3월 66만5000건)와도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문제는 실업이 4월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달 30일 미국 내 실업자가 4700만명까지 늘어나리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냈다. 대한민국 인구만 한 실업자 집단이 미국에서만 새로 생겨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러 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달러만이 왕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 지구적인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모두가 미 달러로만 몰려간 한 달이었다. 경제가 멈춰선 가운데 직원 월급을 주고 월세나 대출 이자를 내려면 현금이 가장 필요하며, 현금 중에선 달러가 가장 안전하기에 발생한 ‘달러 러시’였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8%, ‘달러 인덱스’ 2주 기준)을 기록했다.
◇채권: 최대 변동폭
달러로 투자자가 몰리면서 과거엔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던 미 국채마저 가격이 요동쳤다. 미 국채 금리는 보통 0.01%포인트 단위로 천천히 움직이는데, 한주 사이에 만기 10년 미 국채 금리가 1.2%포인트나 폭등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23일 채권을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발표하고 나서야 채권 시장은 다소 진정됐다. 미 국채 금리 변동 폭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유가: 18년 만에 최저치
이 와중에 유가까지 폭락해서 시장 불안을 더했다.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해 배럴당 20달러 선을 뚫고 내려갔다. 초반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 사이의 치킨게임("감산 안 한다")이 유가 하락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요국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가 유가를 더 끌어내렸다.
지난달 26일 증폭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