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온통 법석인데 미국에서는 갑자기 색다른 곡조(曲調)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12일 부활절(Easter)을 기해 모든 규제를 풀고 “나라를 다시 열고 싶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보수 성향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불과 8일 전인 지난 16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권고’등의 연방정부 지침을 발표하면서 스스로를 ‘전시(戰時:war time) 대통령’이라고 호칭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겨우 8일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 모든 것을 해제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2주일도 못 돼서, 지침을 발표한지 불과 28일만에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변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나름대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코로나보다 일터로 가지 않아 생기는 대규모 경기 침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또 한 해 평균 3만7000명의 사람이 미국에서 독감으로 죽지만 이 일로 ‘미국의 시동을 끄는 일’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일제히 반대 뜻을 표출했다.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연구소(NIADI)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 서 있는데도 “감염자 수가 확 늘고 있는 지역에서 지침을 완화할 수는 없다”며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지역이더라도 완화를 검토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지금은 정보가 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톰 잉글즈비 존스홉킨스대학 보건안전센터장도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를 끝내자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한다. 코로나가 더 널리 더 빨리, 더 지독하게 퍼져 한 해에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미국은 셧다운(가동 중단) 없이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놓쳤다. 셧다운은 최소한 6~10주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셧다운 해제 발언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망발이라고 본다.
그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 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논평하기도 쑥스러운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지난 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확진자는 15명이지만 며칠 안에 0명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허황(虛荒)된 거짓말이었는지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꼭 한 달 후인 지난 3월27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6,012명이라고 발표되었다. 이는 처음으로 미국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앞선 날이기도 하다.
미국 전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불과 한 달 전에 미국에는 15명의 코로나 확진자 밖에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 한 달도 안 돼서 8만 명 이상으로 중국까지 능가하고 세계 제1위가 된단 말인가? 진상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중범죄를 범한 것이 되고, 몰랐다면 얼굴이 뜨거워서 어떻게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똑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자기 나라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중국 등 발병지로부터의 인구 이동을 차단하여 그 이상의 전파를 방지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의무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이 발병지이고 거기로부터 다수의 중국인이 한국에 입국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실무 의료진의 건의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해명한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의 모든 보수 진영이 격노(激怒)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한국과 공동운명체이며, 그들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짝사랑이었는가는 불과 몇 주 후에 한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중국이 제일 먼저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단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뿐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과 공동운명체’라는 한 마디가 문 대통령의 가슴 깊이 새겨진 그의 ‘붉은’사상을 가장 단적으로 세상에 밝히는 중요한 단서(端緖)구실을 하게 되었다.
문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거의 절대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얼마전에 제시한 헌법개정안에서도 자유라는 낱말은 모두 말소(抹消)되어 있었다.
그들이 만약 앞으로 2 주일 후로 다가온 4.15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바로 남북 연방제로 돌진할 것이 예상된다. 이것은 그들이 꿈꾸는 한반도 적화통일을 향한 가장 손쉬운 지름길이다. 이 때 중국의 뒷받침이 절대로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난 데 없이 돌발한 코로나 파동으로 처음에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큰 타격을 입은 듯이 보였다. 초기의 허술한 방역(防疫)대책으로 코로나가 대창궐(大猖獗)하자 집권 여당은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은 듯이 보였다.
그러나 선거일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어쩐 일인지 집권 여당 측이 오히려 힘을 얻어가는 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첫 째로 코로나 사태 자체가 세계적 전염병(pandemic)으로 크게 퍼지자 정부의 방역 실패가 오히려 덮여버렸다. 또 이전에 여당 측이 공격 받던 경제적 실패나 조국 사태 등 수많은 실정(失政)들은 모두 자연의 대재앙에 밀려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거기다가 엄청난 천문학적 비상대책 정부기금의 살포는 알게 모르게 선거자금 구실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판국에 이번 총선거의 귀추(歸趨)를 점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도 모두 믿을 것이 못 된다.
필자가 누차 지적해 온 듯이 우리나라의 여론조사는 항상‘응답률’이 10%이하로 너무 낮아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여론조사 기관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다.
결국은 대한민국 국민의 밑바닥 민의(民意)가 얼마나 깨어 있는가 하는 것이 최후의 관건(關鍵)이 될 것이다. 온 인류가 앞으로 살아남고 영원히 번창하는 길이 어느 쪽인가에 대한 깨달음이 얼마나 투철한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구시대의 망령들이 고개를 못 들도록 국민들이 표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