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나날이 쏟아지는 각종 뉴스의 홍수에 밀려 우리 앞에 닥치고 있는 중대한 세계 정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경우가 많다.
천지(天地)가 뒤바뀌는 대규모의 지각변동이 곧 우리를 뒤엎을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
뉴욕 타임스의 저명(著名)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퓰리처상 3회 수상)은 지난 11월27일 자 동지(同紙)에 “당신들이 놓치고 있는 세계를 뒤흔들 뉴스(World-Shaking News You Are Missing)”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의 주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펼치고 있는 미. 중 무역전쟁이 세계 인류에 일찍이 없던 대재앙(大災殃)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칼럼 모두(冒頭)에서 프리드먼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辛辣)한 비판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입는 가장 큰 피해는 매일 트럼프 욕 밖에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사태이다. 그는 매일같이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인 ‘진리(truth)’와 ‘신의(trust)’를 허무는(undermine) 일을 저지르고 있는데 어찌 우리가 다른 일을 돌볼 틈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9일 유럽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되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새롭고 더 위험한 장벽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드높이 구축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감지(感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장벽은 미국이 주도하는 과학 기술 및 무역권(圈)과 그에 대항하는 중국의 과학, 무역권 사이를 격리(隔離)하는 거대한 장막으로써 그 규모는 베를린 장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크다.
과거 40년 동안에 걸쳐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여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세계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과학기술의 상호 촉진 등의 상승효과를 누려 왔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미. 중 양 쪽 지도자의 오판(miscalculations) 때문에 이 같은 좋은 흐름이 산산조각 나고 전체적으로 지구가 큰 손실과 후퇴를 겪게 되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양 쪽의 ‘오판’ 내용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처음에 오판을 저지른 것은 중국 측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중국은 애당초부터 미국과의 통상에 있어 불공평한 관세정책을 고집한 부분이 많았고, 또 미국의 지적 재산에 대한 ‘도둑질’을 일삼아 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초기에는 조심스럽게 이런 일을 해 오다가, 최근에 스스로도 기술 강대국의 자리에 오르게 되자 염치없이 자기 정당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더욱이 중국이 기술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은 양면의 칼을 뜻한다. 기술은 경제 측면 뿐 아니라, 무력(武力) 안보 면의 강국임을 내세울 수 있게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고 중국의 무역상 비행(非行)에 대해 초강경 고 관세주의로 대응했다. 여기까지는 오판이라고까지 말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동맹국들에 대한 냉혹한 현금주의는 스스로를 국제적 고립상태로 내몰았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 등과 손잡고 과거의 이념적 패권주의로 복귀하려는 자세를 더욱 뚜렷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과거 동맹국들을 냉대하고 돈을 더 내지 않으면 안보상 가장 중요한 한반도나 NATO 지역에서까지 철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미국의 고립은 급속히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먹혀들 리가 없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경제, 안보적 고립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경제권도 중국, 러시아 중심의 경제권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인류의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완전히 역행되는 패망의 길이다.
지금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어떻게 보면 과거의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진영의 상극(相剋)시대를 재현하는 것과 같다.
18세기 이후 점차로 지구의 인구가 늘어나고, 그 대신 지구상의 자연 자원이 고갈되어 가자, 세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두 갈래 진영으로 갈라섰다. 한 쪽은 정부가 절대 권력을 앞세워 모든 자원을 강제로 뺏어 손아귀에 쥐고, 모든 백성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방법을 택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기업의 자유를 극대화하여 물자를 무한정 풍부하게 생산토록 함으로써 싼 값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얼마든지 사서 풍요롭게 사는 자유 시장 민주주의 방식을 택했다.
그 때부터 100여년이 지난 지금, 공산, 사회주의 방식을 택한 나라들은 거의 모두 전멸(全滅)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지금 남아 있는 중국의 사회주의도 거의 완전히 변형되었으나, 그나마도 마지막 붕괴를 면치 못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예상들이 우세하다.
그런데 지금 자유민주주의의 대본산(大本山)인 미국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절대적인 임무를 저버리고 고립주의로 문을 닫아 잠그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사고방식을 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첫 째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 중 무역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미국은 케케묵은 고립주의를 하루 속히 내팽개치고 전 세계의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동맹관계를 최대한도로 강력하게 재결속해야 한다. 그리하여 중국과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중국 대 전세계 자유세력동맹체의 대결로 양상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을 꺾기는 힘들 것이다.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공산 독재자에 대해 무조건 호감을 갖는 해괴한 성품이 있다. 그는 희대(稀代)의 공산 독재자 김정은을 “사랑한다”면서 그와 손잡는 것이 지구상에서 전쟁을 피하고 또 스스로의 재선(再選)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쇼를 극도로 경계하고, 특히 내년 4월 총선에 인접해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또다시 아무 실속 없이 쇼만의 쇼를 위해 만나는 것을 우려했겠는가?
만약 내년 총선에서 좌파세력인 민주당이 대다수 의석을 활보할 경우 한반도에서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그 것은 동 아시아를 기점(起点)으로 전 세계의 지각변동의 예보가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