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추색(秋色)
시인: 理石 육근철
4박자
춤을 추네요
홍단풍
바람결에
한 자락 광풍.
우수수 쏟아지는 가랑잎이듯 후루록 쏟아져 내렸다가 호로록 올라가는 되새 떼 한 무리. 화들짝 놀란 토끼의 눈처럼 동학사 계곡은 혼자 붉었다. 시월 끝자락 넉줄시 동인들은 그렇게 다시 모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두려움의 초행길, 다들 손사래 치며 돌아앉을 때 따라나선 4박자 춤꾼들이 모여 가을 동학사 마당에서 춤을 추었다. 동학산장 홑잎나무 고목도 4박자 운율을 알아듣는 듯 붉은 단풍으로 춤을 추더라 노랠 부르더라.
2019년 4월.
우리는 비단강 벚꽃 길 창 넓은 창가 케이프 타운에서 눈을 맞췄다. 소곡주 한잔 술에 어깨를 들썩이고, 창작시 한 곡조에 화답을 하며 시작된 춤사위, 산도 웃고 강물도 출렁거렸다. 계룡산 너럭바위 드높은 춤마당에 구름이 내려와 노래하는 듯, 별빛이 쏟아져 파장별로 춤을 추는 듯 우리는 그렇게 한 순간을 영겁의 시간으로 놀았다. 넉줄시 밴드라는 가상 공간에서 홀로그램 광자들 파동의 춤을 추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화답 시는 산바람 가지 끝에 휘날리더라 빛살 치더라.
백의(白衣)//우리는/하얀 민들레/4박자/춤을 추리
운명은 개척자의 것.
“할 것이 많은데 그런 걸 왜 해” 입방아 곁눈질 멸시당해도 금강물 돌아돌아 굽이쳐 흐르듯 잔물결 파도 되어 바다가 되리. 하얀 가을 민들레 꽃씨 날 듯 전국 방방곡곡,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나가 씨를 뿌리리. 척박한 땅 돌 틈이어도 밟혀도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노랗고 하얗게 꽃을 피우리. 어린 동심 가슴에 꿈을 피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