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김복희 시낭송회 지난 22일 카페 로뎀서 개최
둘루스 카페로뎀이 주최한 2019년 가을축제의 일환으로 원로배우 김복희씨 시낭송회가 지난 22일 열렸다.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들의 후원 속에서 열린 이번 낭송회에서는 국내 및 세계 명시 12편이 마련됐다. 작품들은 가을날(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 낙엽(레미 드 구르몽), 편지(오세영), 꽃(김춘수), 향수(정지용), 서울 공항에서(김복희 자작시), 그리운 이에게(나혜철), 가을의 유서(파블로 네루다), 사랑하는 사람 가까이(괴테), 목마와 숙녀(박인환), 그리고 자아찾기 놀이(본보 기자 자작시) 등이다.
시 3편씩이 그룹으로 묶여 낭송됐으며 막간에는 플룻(김성희), 독창(임기정/유은희), 기타솔로(이향숙), 바이올린(이희정) 등의 공연도 마련됐다.
성우출신이기도 한 원로배우 김복희씨는 “어지럼증이 생겨 혹여 낭송중에 실려 나가는 것은 아닐까?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객석 반응은 잘 모르겠으나 무대에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이 에너지가 났다”면서 “카페로뎀 대표인 최진묵 목사님과 상의한 끝에 금년은 유명시 낭송으로 결정했고 세계명시는 목사님이 선별해 주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시도 넣었다. 시니어 합창 발표회가 지난 15일에 개최되어 발표회 후 시 낭송 연습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읽기 좋은 시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복희씨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시를 좋아하지 말고 그렇지 않은 동포들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자 좀더 연극적으로 시를 낭송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뼛속 깊이 박힌 외로움을 달래고도 싶었다”면서 “12편의 시들중에서 정지용의 시를 특히 좋아한다. 노래로도 불리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다소 망설였었다. 싯구중에서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에 감정이 북받쳤고 구르몽의 낙엽도 빼놓을 수 없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낙엽이 친근감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평생을 무대위에서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했기 때문에 김복희씨의 연극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김복희씨는 “오디션을 보고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생업에도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열심나는 마음이 지속되지 못하더군요. 한국처럼 극단이 많아서 배우며 공연도 참여하게 되면 모를까 애틀랜타에서는 공연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제작비도 문제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문화사업으로 투자하게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복희 배우는 지난 2012년 별세한 정일몽 교수(영화평론가)의 아내이기도 하며 2014년에는 남편 작고 2주기 추모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서울 수도여중고 및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기독교 방송국 HLKY 1기 성우로 방송일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연극제, 한국일보 예술상, 동아일보 연극상 등에서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애틀랜타 연극협회를 통해선 ‘울고 넘는 박달재’ 및 ‘어머니’ 연극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애틀랜타 문학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카페로뎀에서는 오는 29일 오후7시 버클리 음대 출신의 앤드류 최(IASU)씨의 재즈 콘서트가 펼쳐진다. 대중들에게 친숙하면서 깊어 가는 가을 밤 가슴 설레이게 하는 곡들인 ‘Unforgettable,’ ‘Fly Me to the Moon,’ ‘Georgia on My Mind’ 등이 연주된다. 공연은 무료 입장이다.
꽃다발을 들고 있는 원로배우 김복희씨와 공연자들.
시낭송에 열중하고 있는 김복희씨.
카페로뎀이 주최한 2019년 가을축제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