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번뇌(煩惱)
시인: 理石 육근철
나는 섬
섬과 섬 사이
밀려오는
저 파도
우리는 모두 섬이다. 다도해의 수 많은 섬들처럼, 모여 살지라도 홀로 존재하는 유아 독존의 섬이다. 그러나 섬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있어 외롭지 않다. 섬은 섬과 섬 사이 마루, 골의 파도로 소통한다. 현대는 소통의 시대다. 밴드, 카톡, 페이스 북 등 모두가 전자기파에 의한 소통의 두구다. 이들 SNS를 통하여 시간과 공간을 압축 시켜 소통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편리의 소 통 도구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섬에게 끊임없이 파 도가 밀려오듯 흰 거품 물고 번뇌의 물결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 할 퀴고 부딪쳐 깎아지른 절벽이 된다 해도 그것은 절경의 섬이 되기 위한 수행의 한 과 정이 아닐까? 살면서 번뇌에 휩싸인다 해도 그것을 고통으로 피하려 하지 말고 깨달 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묵언(默言)//파도여/갈색 파도여/누가 그린/섬인가
서해안 신두리 사구에 가면 지난밤 바람이 만들고 간 갈색 파도의 물결무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람의 지문이듯, 등고선이듯 갈색의 줄무늬는 신비롭기 그지없다. 손가락 지문처럼, 아니면 손금처럼 뻗어 나간 줄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백 사장에 그려진 갈색의 줄무늬는 지난 밤, 바람이 만들고 간 사랑 무늬가 아닐까? 그 러나 어떻게 그런 줄무늬가 형성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비의 베일에 가려진 갈 색 파도, 그 갈색 파도를 품고 있는 섬,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닐까? 그것을 눈여겨 보고 짧은 시로 표현하는 것이 넉줄시다. 넉줄시는 순간의 발견이다. 언어는 비록 짧 지만 의미는 하염없이 긴 묵언의 시다. 꼭 넉줄시가 아니어도 살아가면서 순간의 발 견을 기록하는 습관을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길러 준다면 그 또한 창의적인 교육 방법 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