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4시 페르시아 만에서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에 여러대의 드론이 접근해 순식간에 폭탄을 투하하며 아브카이크 단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가 자랑하는 아브카이크 단지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으며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우방이자 세계 원유 공급의 젖줄인 사우디의 핵심 석유 시설이 드론을 이용한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사우디 석유 공급망이 공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고, 확인 결과 따라 군사 공격이 준비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우디가 이 공격의 장본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어떤 조건으로 진행할지와 관련해 (사우디) 왕국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미 이번 공격의 배후를 파악했지만, 당사국인 사우디의 결정에 따라 추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AFP는 "이번 (사우디) 공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한 상태다. 후티 반군은 이란과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자행했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에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이란의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공격 배후설을 강력 부인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무의미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미랄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은 "이란 인근 최대 2000㎞ 안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와 항공모함이 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군사 대응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부활시킨 이후 양국은 첨예한 대립을 계속해 왔다. 다만 백악관이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나지혜 기자 aimer1209@atlant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