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 호조를 최대 치적으로 삼아온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2년 내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미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나자, 언론들은 15일(현지 시각)“ 어떤 정도든 경기 하강은 트럼프 재선을 망칠 것”(월스트리트저널),“ 경제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나”(워싱턴포스트),“ 트럼프의 ‘침체 리스크’고조”(폴리티코),“ 트럼프는 약간의 경기침체도 감당할 여유가 없다” (CNN) 같은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남북전쟁 이래 역대 미 대통령이 첫 임기 중 경기 침체(recession, 실질 국내총생산이 2개 분기 이상 연속 감소)를 겪고도 재선에 성공한 이는 1900년 윌리엄 매킨리한 명 뿐이다. 이후 허버트 후버(1932년), 지미 카터(1980년), 조지 HW 부시(1992년) 등은 다른 업적에도 불구하고 침체가 재선을 집어삼켰다.
‘경제를 망치면 정권을 뺏긴다’는건 상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위험이 더 크다. 그가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부터 막말과 인종주의 등 자질 문제나 각종 논란에도 탄핵을 당하기는커녕 재선을 바라볼 정도로 버텨온 원동력은 단연 경제 호조다. 현재 실업률 3.7%로 완전 고용에 가깝고, 성장률이나 소매 판매 등 각종 지표도 견실하다.
전임 정권에서 나쁘지 않은 경제 여건을 물려받은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삭감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 감세, 무역 전쟁 등 공격적인 내수, 일자리 보호책, 그리고 정부 지출 확대와 저금리 기조를 한꺼번에 펼쳤다. 더 이상 동원할 수단이 없을 정도다. 테러, 전쟁 같은 대형 안보 리스크도 없어 경제에 집중할 기반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평균 43%로 전임자들보다 크게 낮지만, 경제 부문 지지율은 50%대로 굳건히 떠받치고 있다. 경제가 삐끗하면 온건 보수층이나 중도층이 이탈, 낮은 지지율마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경제는 계속 좋다’ ‘그래도 잘못되면 내 탓 아니다’란 모순된 주장을 쏟아내며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는 14일 트위터로 장, 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증시 불안을 두고“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정책을 잘못한 탓”이라면서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비난했다. 15일엔“경기 침체가내 재선에 나쁠 줄 알고‘가짜 뉴스’들이 경제를 망가뜨리는 보도를 한다”고 언론 탓을 하더니,“ 지금은 내 덕에 괜찮지만 내년 민주당에 정권이 넘어가면 성장은 끝날 것”이라고도 했다.
무역 정책도 오락가락해 신뢰를 떨어 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내달부터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가 ‘성탄절 소비심리’를 들어 돌연 연기하더니, 15일“중국과 무역 전쟁은오래 안 갈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미국 피해가 예상되자 트럼프가 시진핑의 팔에 안겼다”면서“중국 정권은 침체에 견딜내성이 있지만 미국 민주주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세 집회장에서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쓰인 빨간 모자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