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급속도로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다.
이 대로 간다면 한국이 입을 경제적 손실은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 총생산(GDP) 손실은 평균 84 조원(전체의 4.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재 부족분이 전체의 30%일 경우 GDP 감소는 전체의 2.2%에 이를 것이고, 부족분이 80%에 달하면 한국 GDP 감소가 8.6%에 이를 전망”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일본도 GDP 손실이 0.04%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손실을 감내하고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겠다는 ‘사무라이’ 전략”이라고도 말했다.
문제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분노가 점차 일본 대중으로 널리 전파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부터 무역 규제상의 우대 조치 대상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안에 대해 인터넷상 여론조사를 실시중인데 첫 1 주일 동안 올라온 6300건 중 찬성 의견이 98%인 6200여 건이고 반대는 60건 뿐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 대해 “자유무역에 앞장서 온 일본이 취해선 안 될 조치”라는 반대 의견이 상당히 강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을 어떻게 믿느냐”는 아베의 말이 더 힘을 얻고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이 뭉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도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소재 공급 중단이 현실이 되고 반도체 감산이 시작될 경우 미국 애플과 아마존 뿐만이 아니라 중국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해외 기업과 손잡고 공동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또한 확실한 대응책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예상되는 한국의 경제 위기에 대해 상당히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지난 11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상원 외교위 소속 의원들은 한.일 관계의 급속한 악화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미국이 나서기보다는 양국이 스스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 제임스 리시 의원은 “한.일 모두 매우 성숙한 사회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어떻게 보면 매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이미 한. 미. 일 동맹이 얼마나 헝클어졌는지 알 수 있다.
싸움이 벌어진 이상 한국도 나라가 똘똘 뭉쳐 대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지금 한국은 그 대열(隊列)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상태이다. 정부와 기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권이 그 동안 저질러 온 반 일본 언동이 일본을 격앙케 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한. 일 분쟁의 시발점이 된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판결에 관해서만 하더라도 일본 측이 볼 때 문 정권의 태도는 국제법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합의된 청구권협정은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일본의 한국 내 재산에 대한 국가나 개인 청구권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청구권을 세삼 들먹이고 있는데 이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 외무성은 “청구권 협정상의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3조3항)을 오는 18일 까지 구성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 정부가 조금이라도 진전된 방안을 내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고 ‘소식통’을 통해 전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문 정권은 이 같은 일본 측의 제의에 대해 전혀 응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65년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으로 5억 달러의 외화와 물자를 받았다. 당시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21억 달러였으니까 그의 4분의 1을 받아낸 셈이다.
한국은 이 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1965년 당시 한국의 GDP는 일본의 29분의 1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한국의 GDP는 일본의 3분의 1로 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에 즈음한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누구와도 손잡아야 한다. 자유와 독립, 내일의 조국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어렵지만 과거의 감정을 참고 씻어버리는 것이 진실로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지난 수백 년간 일본은 우리 독립을 말살했고, 우리 부모, 형제를 살상했고, 우리 재산을 착취했다. 과거만을 따진다면 불구대천(不俱戴天)이다. 그러나 이 각박한 국제사회에서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리민복을 위한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웬일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들어 부쩍 공개석상에서 ‘친일파’를 욕하고, 정부 비판세력을 ‘친일파 후예(後裔)’라고 규탄하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지금도 일본을 원수로 생각하고 친일파를 극도로 증오하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대통령의 사상 정체성에 관해서는 미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한국을 향한 불신의 뿌리인 것이다.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반출해 왔다는 의혹을 일본이 제기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럴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사실임이 입증되면 문 정권은 당장 그 자리에서 멸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말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대한민국의 헌법에 합당한 사상의 소유자라는 것을 온 세계에 똑똑히 밝히는 것이 모든 것에 앞선 급선무이다.
더 이상 짙은 베일 속에 자기 속마음을 감추는 듯한 모호한 정치인 상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의 일본과의 무역 위기도 결코 순탄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