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범죄자에 남성호르몬 억제 약물 투여
오는 9월부터 시행, 초강경 낙태 금지법 이어 찬반 논란 조짐
오는 9월부터 앨라배마주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은 유죄 평결을 받으면 가석방 기간에 재범 예방 차원에서 화학적 거세(Chemical Castration)’을 받게 된다.
화학적 거세는 성적 활동이나 성욕을 감퇴시킬 목적으로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고환이나 난소를 몸에서 적출하는 물리적 거세와는 달리, 화학적 거세는 성 불구로 만들거나 실제 개인을 거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는 인권 침해와 부작용 가능성의 우려 제기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초강경 낙태법 입안에 이어 앨라배마주에서 또다시 논란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미 케이 앨라배마 주지사 오피스는 지난 10일 화학적 거세 법안에 주지사가 서명했다고 발표했으며 곧바로 일부 민권 단체 등은 반대의 뜻을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앨라배마 지부의 랜덜 마샬 실무 디렉터는 “강제적인 악물 투여에 대해서는 위헌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CLU 앨라배마 지부의 정책 분석가인 딜런 네틀스씨도 “개인 사생활 보호를 침해하는 잔인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처벌(Cruel and Unusual Punishment)”라고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법안을 발의한 스티브 허스트 주하원의원(공화, 먼포드)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허스트 주의원은 “어린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보다 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나의 질문에 대해 한 명이라도 대답을 해주시를 바란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새 법안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실시하게 허스트 주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4일 주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화학적 거세는 범죄자의 성적 욕구를 없애고 성행위를 할 수 없도록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골자이다. 앨라배마주는 항남성호르몬제 '아세트산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을 주사를 통해 투여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법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까지 약물을 계속 투여해야 하며 비용도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과 1만50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화학적 거세 처치를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가석방 절차를 어긴 것으로 간주돼 다시 구금된다. 허스트 주의원은 "성폭행 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해보라"며 법안의 시행에 앨라배마주가 협조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에도 13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의 물리적 거세를 시행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미 전국 일부 주들에서는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고 있다. 아이오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7개 주에서는 1급 성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가 선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의 가석방을 전제조건으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는 곳은 앨라배마가 처음이다. 한편 화학적 거세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8개 국가와 캐나다, 한국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특히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독일은 법으로 외과적 거세도 인정하고 있다. 유럽 인권단체들이 관련 법 폐지를 주장하지만 독일 정부는 "연간 5건 미만으로 드물다"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1년 7월부터 16세 이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이후 강간미수범으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어 시행되고 있다.
한편 앨라배마주 의회는 지난달 성폭행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사실상 낙태 전면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며 케이 아이비 주지사의 서명으로 입안됐다. 당시 성폭행범의 친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앨라배마 주의회는 그러한 조항을 제외하고, 자녀를 성폭행한 경우에 한해서 친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만 포함시켰다. 일각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자녀를 낳고 자신을 공격한 성폭행범과 아이를 공동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을 발의한 스티브 허스트 앨라배마주 하원의원.
앨라배마주 케이 아이비 주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