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소장 공개, 10억달러 이상 손실...영업비밀 침해
SK이노베이션, 근거 없는 주장일 뿐...정당한 경쟁 주장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LG화학이 제출한 소송장이 지난 13일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소장에 따르면, LG화학은 "폭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사업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승리'(win)가 LG화학의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LG화학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었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으며, 델라웨어 지법에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개된 소장에서는 "(영업비밀 침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비롯한 잠재 고객을 잃었고,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3세대 전기차 'MEB 배터리 프로젝트'에 회사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활용해 개발한 배터리를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손실액은 10억 달러 이상이라고 LG화학은 추정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으로부터 '선 수주'를 받은 배터리를 생산할 생산공장을 조지아 커머스시에 착공했다. 조지아주 공장은 1, 2단계 개발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연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소장에서 기술 탈취가 없었다면 SK이노베이션의 폭스바겐 배터리를 수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소장에서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폭스바겐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지만, 인력을 빼간 이후인 같은 해 11월 폭스바겐의 '전략적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소장 내용에 대해 "일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법적 대응 의사를 재차 밝혔다.
"선도기업이라고 자부하는 경쟁기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폄훼하는 것은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를 통해 수주했다는 주장이 SK이노베이션과 폴크스바겐 등 고객사, 자사로 이직한 구성원 모두를 비난하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고객사 수주를 포함한 모든 수주는 정정당당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고객사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SK이노베이션은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델라웨어주 소송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ITC 소송은 미국으로의 수입을 금지하는 소송이어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공장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이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결론까지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ITC에 제기된 소송은 아직 조사개시 결정이 나지 않았다. ITC 소송은 통상 당사자 합의를 이끌려는 경우가 많아 수입 금지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커머시 공장 부지에서 작업 중인 차량들.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