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처럼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히더니 이웃 집에 불이나 난 것처럼 하루도 아닌 반나절 만에 얼렁뚱땅 끝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일행은 비행기로 워싱턴에 도착하고는 그 들끼리 하루 밤을 자고, 그 다음날 오전 내내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안보보좌관, 펜스 부통령을 연달아 만나더니 점심 때 트럼프 대통령을 잠시 만나고는 오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 길에 올랐다.
귀국에 앞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한국과 미국은 회담 내내 서로 덕담만 나누고, 기껏해야 “앞으로도 북한과는 ‘톱 다운(정상간 결정)’ 방식으로 회담을 진행한다”는 정도의 합의내용만 밝히고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한. 미 관계의 유대를 계속 굳건히 지켜나간다는 정도가 덧붙여졌다. 이럴 바에는 무엇 때문에 갑자기 문 대통령을 불러, 같은 날에 한국에서 거행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에 차질을 빚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 자리에 양쪽 대통령 부인을 동석시켰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는지, 전 세계의 외교사를 샅샅이 뒤져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문 대통령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전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미국이 한국 측에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폼페이오, 볼턴, 그리고 펜스 부통령이 도맡아 미리 다 해버렸다고 추리할 수밖에 없다.
양 정상의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 회의가 열리기는 했다. 그러나 그 자리가 극도로 서먹서먹 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왜냐 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정의용 안보실장을 ‘Liar(거짓말쟁이)’라고 공개 비난한 바가 있는데, 서로 주먹질을 날리지 않고 자리를 함께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정황이다.
그러지 않아도 워싱턴 정가(政街)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 미 동맹관계가 결정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있지 않을까 모두들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본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 킴 미 민주주의방위재단 연구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 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동맹관계에 틈이 벌어질 것”이라고 의회전문 매체인 ‘더 힐(The Hill)’ 기고문에서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상회담이 끝나고 보니 회담 중 한. 미간에 얼굴을 붉히고 설전(舌戰)을 했다거나 서로 서먹서먹한 굳은 표정으로 헤어진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초청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기까지 했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동맹국끼리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대화를 하기 위해 남의 나라 대통령을 1박 2일의 강행군으로 불러들여 큰 선물도 없이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은가? 세상이 이 처럼 한가한 곳은 아닐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그 속내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러 걱정과 억측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지금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잔뜩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한국은 조금이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주려고 안달하고 있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도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가 논의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올바른 시기에 나는 큰 지지(great support)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완곡하지만 결연하게 이를 거절했다.
한국은 그 동안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문제가 표면화된 데다가 한국 유조선 유니스 호가 막대한 정제유(精製油)를 북한에 넘겼다고 해서 6개월 째 부산항에 억류돼 있다.
미국의 의심의 눈초리는 엉뚱한 방향으로도 번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있은 강원도 일대의 큰 산 불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전기 엔지니어들이 볼 때 전선(電線) 노후나 변압기 노후 등으로 자연 발화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공사(한국전력, 발전소)들은 주기적으로 전기 기기의 교체, 점검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어 전기 안전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난방을 위한 전력 과소비가 전기 화재의 원인이 되는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4월 봄철이다. 이 따뜻한 봄 날씨에 전력 과다 사용으로 전선 피복을 녹여 화재가 발생했다면 단 한 가지 가능성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엄청난 전력 공급이 갑자기 어디론가에 흘러나가기 시작했다고 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설마 현 정부가 몰래 북 쪽으로 전력을 공급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일이다. 또 아무 증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문 정권은 워낙 많은 의심스러운 일을 감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갑자기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3개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런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부터 또 부랴부랴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3 개국을 국빈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하고 한 군소국가 들 중에 이 머나먼 3 개국을 갑자기 방문하겠다니 모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수상한 것은 3월에 방문한 남방의 3 개국과 이번의 유라시아 3 개국이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이 들 나라는 모두 북한과 친교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그 곳들에 갈 때 대통령 전용기에 무엇을 실고 가겠다는 것이냐는 의심이 절로 난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세계에서 가장 첨단을 가는 미국 첩보기관이 어떤 실증들을 포착하고 이번 한. 미 정상회담에서 들이댄 것인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그 내용이 한국에 치명타를 줄 중대 위배행위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아무래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 내내 문 대통령이 지은 ‘억지’ 너털웃음이나, 지난 하노이 회담이 깨지고 난 직후에 김정은이 지은 ‘멋쩍은’ 쓴 웃음에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