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 성공회 교회, 남부군 대통령 데이비스 기념 좌석 퇴출
'모든 사람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 전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
지난 몇년간 조지아와 앨라배마 등 남부 주들에서는 남북전쟁에서 남부군을 기념하는 상징물, 인물 동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조건 역사의 기념물들을 제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대세론은 어찌됐든 노예제도를 옹호한 남부군을 기념하고 찬양하는 것은 미합중국의 평화와 화합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유서깊은 한 앨라배마 교회에서 남부군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를 기념하는 좌석과 현판을 제거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AL.com이 보도했다. 바로 앨라배마 주도인 몽고메리에 소재한 세인트 존 성공회 교회이다. 남부군의 최고 리더인 데이비스 대통령은 버지니아 리치몬드로 남부연맹군의 수도를 이전하기까지 이 지역에 거주했다.
세인트 존 성공회 교회의 로버트 C.위스뉴스키 목사는 최근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교인들에게 그 취지를 잘 설명하며 일부 아쉬워하는 교인들의 마음을 달랬다. 그는 “데이비스는 정치적 인물이지 교회의 인물이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성공회 교구의 성도도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를 기념하는 교회 좌석와 기념 현판을 제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이며 이로 인해 우리 모두가 더 온전하게 모든 사람들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위스뉴스키 목사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기념 의자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됐고 교회 지도자들과 이에 대해 의논했다. 성전 안에서 기념 의자를 제거하는 안건은 표결에 부쳐졌으며 결국 통과됐다. 기념 의자는 대신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교회 역사 자료실에 옮겨놓았다.
위스뉴스키 목사는 “남부군을 기념하는 상징물들은 점점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는 일부 단체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증오과 분열, 갈등을 대표하는 역할이 강해지고 있다”며 “우리 교구의 사명은 하나님의 뜻에 반대되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대통령은 사실 침례교인이며 그의 두 번째 아내인 배리나의 종용에 못 이겨 이 몽고메리의 세인트 폴 성공회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스뉴스키 목사는 “사실 우리는 제퍼슨 데이비스과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많이 이 교회에 출석했는지도 모른다. 많으면 10번 이상, 적으면 3,4회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비스 대통령은 남부군 수도가 버지니아 리치몬드로 이전한 후에는 세인트 폴 성공회 교회의 정식 성도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교회에는 남부군의 대표적인 리더인 로버트 리 장군도 출석했다.
한편 2017년 8월에는 앨라배마 크렌셔카운티에서 남북전쟁 당시 참전했던 남부연합 무명 용사들을 기념하는 제막식이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반대 속에서도 결국 개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그 해 여름에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사태로 인해 다수의 남부연합 기념물들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속속 철거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샬러츠빌 사태로부터 불과 15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비석이 세워진 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빗 코긴스씨는 "우리가 하려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우리는 인종주의자나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만 우리의 조상들을 기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도 “샬러츠빌 사태 이후 남부 연합 기념물들에 대한 민감한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것을 알지만 행사는 원래 예정대로 열린 것이며 일부러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 때 열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앨라배마주 67개 카운티 중에서 최소 56개 카운티가 150년 전에 끝난 남부군을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다. 몽고메리는 남부연합군의 첫 번째 수도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앨라배마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한 세기가 지난 1960년대 민권운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앨라배마 유물보전법은 40년 이상된 유적 중 공공장소에 설치 혹은 위치해 있는 건물이나 조각, 도로 등에 대해서는 지장자치단체가 임의로 장소를 변경하거나 철거, 개명 혹은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몽고메리에 소재한 세인트 존 성공회 교회.
토마스 제퍼슨 남부군 대통령의 초상화.
4년전 몽고메리 주청사에서 남부연맹군 기가 내려지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