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앞으로 나왔으면 '복근'… 뒤로 빠졌으면 '허리' 단련해야
허리에 통증이 있다면 단순히 허리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때 함께 확인해야 할 게 골반이다. 허리와 골반은 붙어 있으며, 골반이 틀어져 있으면 척추의 올바른 곡선이 무너져 통증이 쉽게 생긴다. 골반 틀어짐은 위치에 따라 크게 골반전방경사·골반후방경사로 나눈다.
허리 통증이 생기면 허리 근육이나 척추 문제를 의심하곤 하는데, 골반이 문제일 수 있다. 골반이 틀어지면 몸 전체 대칭이 무너지고 허리 통증이 생긴다. 골반은 배 아래 쪽에 있는 뼈로, 상체·항체와 모두 맞닿는다. 척추를 직접 받치고 있어 골반이 틀어지면 허리 균형도 깨진다.
잘못된 자세가 주로 골반을 틀어지게 한다. 특히 다리 꼬는 자세가 위험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면 한쪽 골반에만 몸무게가 실리고 반대쪽 골반 근육은 심하게 당겨진다. 한쪽 다리에만 힘을 주고 서 있거나 무거운 크로스백을 한쪽 어깨에만 매도 골반이 틀어질 수 있다. 바지 뒷주머니에 무거운 지갑을 넣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다.
자신의 골반이 틀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천장을 보고 편하게 누워보자. 이후 왼쪽 다리를 구부려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왼쪽 무릎을 바닥에 댄다. 다리를 바꿔 반대쪽도 똑같이 반복한다. 이때 무릎이 땅에 잘 안 닿거나, 닿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쪽이 있으면 그쪽 골반이 어긋난 것이다. 두 팔을 아래로 내리고 편하게 섰을 때, 양쪽 어깨의 높이가 크게 차이 나도 골반 균형이 무너진 것일 수 있다. 가방을 특정 한쪽으로 매야만 편하거나 삐딱하게 앉아야 편하거나 양쪽 신발 바닥 닳은 정도가 심하게 차이 나거나 치마가 자꾸 한쪽으로 돌아가는 것도 골반 틀어짐 의심 신호다.
걸을 때마다 고관절 부위(골반)에서 두둑 소리가 난다면, '발음성고관절'일 수 있다. 발음성고관절은 골반(고관절) 부근에서 소리가 나는 질환이다. 보통 '두둑' 소리는 골반 옆 허벅지 부분에서 나는데 종아리 옆 부분과 허리 앞쪽 골반뼈를 잇는 길고 굵은 인대가 엉덩이 바깥쪽에 만져지는 돌출 부분(대전자부)을 지나는 순간 튕겨지면서 발생한다.
이 질환은 유독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양쪽 엉덩이뼈 사이의 길이가 짧고 상대적으로 골반 외측 폭이 넓어 인대의 긴장도가 높아지기 쉬워서다. 그래서 남성보다 소리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통증 없이 소리만 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때는 병원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고 통증까지 야기된다면 병원에 가야한다. 방치할 경우 보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발음성고관절이 생기는 이유는 잘못된 자세를 오랜시간 유지해서다. 특히 다리를 꼬거나 삐딱하게 앉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등의 자세는 발음성고관절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발음성고관절은 통증이 동반되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통해 개선한다. 발음성고관절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 의자에 앉을 때는 골반을 의자 안쪽에 최대한 붙이고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경우, 일명 짝다리를 짚는 경우가 많은데, 양쪽 다리에 번갈아 힘을 줘 힘을 분산시켜 주는 것이 골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여성들은 하이힐보다는 체중에 부담이 가지 않는 2~3cm 굽의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틀어질 골반을 전문적인 치료 없이 완전히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른 자세로 교정하면 통증을 완화하고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의자에 앉아 일할 때나 걸을 때,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할 때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복식호흡을 하는 게 좋다. 골반 교정 운동도 해보자. 바닥에 앉아서 양반다리를 하고 양 발바닥을 맞댄 다음 발뒤꿈치를 최대한 몸쪽으로 끌어당기면 된다. 이후 발을 잡은 상태로 숨을 들이쉬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숨을 내쉬며 상테를 다시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벽에 뒤통수·발뒤꿈치 붙여 선 뒤 확인
▲골반전방경사=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는 "골반전방경사가 있으면 골반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앞으로 나와 있어, 몸이 '지나친 S 라인' 자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이힐을 신거나, 오래 앉아 있으면 잘 생긴다. 골반이 앞으로 과도하게 나온 상태면 몸이 균형을 잡으려 등 부분이 굽어지면서 허리 통증이 잘 생긴다. 자신이 골반전방경사인지 알아보려면 뒤통수와 발뒤꿈치를 벽에 붙이고 서 보자. 애써서 똑바로 허리를 펴기보다, 평소처럼 서 보는게 좋다. 이때 허리 뒤쪽과 벽에 있는 공간 사이에 손을 넣어본다. 손이 2개 이상 들어가면 골반전방경사를 의심한다.
▲골반후방경사=골반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뒤쪽으로 틀어진 상태다. 소파나 푹신한 의자에 눕듯 앉아 있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생긴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김태영 교수는 "골반후방경사가 있으면 엉덩이가 내밀어진 상태로, 허리통증과 뻣뻣함을 함께 느끼기 쉽다"며 "이런 사람은 남들보다 배도 나와 보인다"고 말했다. 몸이 균형을 잡으려 상대적으로 목을 앞으로 쭉 빼는 경향이 있어, 거북목이 동반되기도 한다. 벽에 뒤통수, 발뒤꿈치를 붙이고 평소처럼 선 뒤 허리 뒤쪽에 손을 넣었을 때, 손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골반후반경사를 의심한다. 정상이면 손이 1개 정도 들어간다.
◇복근·엉덩이 근육 키우고 자세 체크
골반 균형을 정상화 하려면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새마을휘트니스 방동욱 트레이너는 "골반전방경사라면 복근과 대둔근을, 골반후반경사라면 장요근과 척추기립근을 단련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복근·대둔근 단련에는 엎드려 다리를 구부려주는 '레그컬', 서서 배 전체에 힘을 주는 '드로우인'이 좋다. 장요근과 척추기립근 단련에는 '슈퍼맨 운동(엎드린 자세에서 두 손과 두 발을 쭉 뻗음)'이 좋다.
평소에는 골반 중립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은주 교수는 "편안히 서있거나 누운 상태에서 골반만 앞으로 내밀었다 뒤로 빼는 동작을 천천히 해보면, 엉덩이와 허리에 적당히 힘이 들어가면서 통증이 없고 편안한 자세가 있다"며 "이 상태가 골반 중립 상태"라고 말했다. 중립 상태에서도 허리 통증이 있으면 척추도 삐뚤어진 상태일 수 있어, 별도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