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민들레
시인 : 육근철
한 포기
앉은뱅이 꽃
우뚝 선
하얀 등대
육근철 시인의 신작 ‘설레는 은빛’에 수록된 '민들레' 외 모든 시는 15자 넉줄 시로 구성돼 있다. 넉줄 종장 시는 시조의 종장인 3-5-4-3 형식을 따르고 있다. <편집자주>
작가의 해설
서양에서는 민들레가 잡초지만 동양에서는 꽃이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한 우장춘의 아버지 우범선은 일본으로 망명한다. 우범선은 일본 여인 사가이 나가와 결혼하여 우장춘을 낳는다. 우장춘이 다섯 살 때 우범선은 자객에 의해 살해된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우장춘은 뛰어나지 못했고, 조센징이라고 놀림 받곤하였다. 그 때마다 어머니 사가이 나가 여사는 “장춘아 길가에 피어있는 민들레를 보아라. 사람들에게 밟혀도 꽃을 피우지 않니? 너도 훌륭한 꽃을 피울거야”하고 달랬다고 한다. 훗날 커서 우장춘은 동경대학교 농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52세 때 아버지의 나라 한국으로 와 언양에 있는 국립농업시험소에서 일을 하며 농민들을 위해 비닐하우스, 수박농사, 수경재배와 같은 신기술을 전파시켰다.
그 때 그의 책상 앞 벽에는 누런 종이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한다. “밟혀도 꽃을 피우는 길가의 민들레처럼” 어머니 사가이 나가 여사가 해 준 민들레 이야기가 평생 나침판이 되어 그를 성취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들레는 우장춘의 꽃이다.
민들레 꽃씨는 낙하산 구조로 수평 비행하여 멀리 멀리 날아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고야 만다. 이국땅 미국에 이민 가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정착하여 성취의 꽃을 피운 우리 한국의 교민들이 바로 민들레 꽃과 같은 정신을 가졌다 할 수 있다.
비록 키 작은 앉은뱅이 꽃이지만 우뚝 선 하얀 등대로 인류를 향해 등불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
공주대 명예교수 육근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