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와 수면제 먹는데"
방치되는 우울증 '시한폭탄'
남성 100명 중 3명, 여성 100명 중 7명 가량이 우울증을 앓는다. 중년은 더 심각하다. 호르몬 변화로 생기는 갱년기 증상과 함께, 퇴직·주변인의 죽음·질병 경험 등으로 우울증이 잘 생기거나 심해지기 쉽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방치한다는 점이다. 병원을 찾기 힘들어서가 아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신과 문턱이 낮아졌다. 오히려 잘못된 자가진단이나 증상 오인으로 불면증 등으로 착각하고 우울증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는 "우울증의 주된 증상 중 하나가 불면증"이라며 "이때 약국이나 일반 내과, 가정의학과에 가 수면제 처방만 받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잠이 안 오는데 수면제나 한 번 먹어볼까'라며 접근하는 식이다.
우울증에 수면제를 사용하면 당장은 편해진다. 불면증 증상이 없어져서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 개선이 안 된 상태로 수면제에 의존하는 꼴이 되고, 우울증은 방치된 상태로 더 심해진다. 최근 ▲가족과 사별 ▲이혼 ▲실직 ▲타인에게 육체·정신 학대를 받음 등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데 수면제를 고려할 정도로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먼저 먹을 게 아니라 우울증인지 확인해야 한다.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중증이 아니라면 생활습관만 조금씩 바꿔도 좋아진다. 아로마테라피나 독서 등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치료법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로마 향을 맡으면 호흡이 차분해지고, 긍정적인 기억이나 감성을 유도해낼 수 있다. 독서도 좋은 방법이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문학작품 중에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극복하는 내용도 있다”며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독서치료”라고 말했다.
서울시정신보건센터에서 개발한 온라인 프로그램인 ‘마인드스파’도 있다. 마인드스파 프로그램 중 '마음터치'는 자신의 기분과 생각을 체크하고,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완요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인위적으로 근육에 힘을 모은 후 이완하는 방법이다.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무릎 밑에 베개를 둔다. 옷은 느슨하게 둔다. 이 상태로 20초간 다리에 힘을 준다. 그리고 1에서 30까지 세면서 천천히 다리에 힘을 푼다. 이 방법을 팔, 어깨, 몸통 등에 고루 쓰면 된다.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아 한다. 병원에서는 약물·상담 치료를 할 수 있다. 항우울제는 뇌 속에서 저하된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우울증을 개선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신분석’도 우울증 치료의 한 방법이다. 환자는 편안한 의자나 침대에 누워, 의료진과 대화한다. 아동기에 겪었으나 스스로 억압해 이야기하지 않는 거절감·상실감 등 정신적인 상처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죄의식이나 부담감 등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우울증' 증상 달라…성인 여성은 죄책감, 남성은?
'마음의 감기'라고 볼리는 우울증. 우리나라에는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상당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정신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0명 중 5명은 일생에 한번쯤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2주 이상 우울증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에 방문해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울증 증상은 연령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만 나타나지 않는다. 연령에 따라 불만이 늘기도 하고 죄책감이 많아지기도 한다. 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우울 증상에 대해 알아본다.
◇유아동=잦은 복통과 두통 호소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은 우울증이 있어도 우울한 기분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우울하다는 기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울한 기분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 복통 등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사춘기 청소년=예민해지고 짜증 늘어
13세 이후 사춘기 청소년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판단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처럼 우울증의 증상으로 신체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경향이 있으며, 가출이나 무단결석, 성적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사춘기 청소년은 신체적 변화가 많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여성은 슬픔과 죄책감, 남성은 불만, 불면 주 증상
성인 우울증은 성별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여성들은 주로 슬픔, 무가치함, 죄책감 등의 감정을 느끼는 반면 남성들은 직장에 대한 불만, 피로, 불면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술을 자주 마시는 등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 우울증은 에스트로겐이나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추정이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 우울증은 명예퇴직 등 사회적 압박이 주요 원인이다.
◇노인=의욕저하, 근육통
노인 우울증은 질환과 동반해서 오거나 기저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약물로도 생긴다. 질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로 근육이 긴장해 어깨나 목에 근육통이 생기기도 하고, 기존에 통증 느꼈던 부위가 더 아픈 경우도 있다. 의욕이 없어 매사에 집중하지 못해 금방 본 것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치매라고 혼동할 수 있지만 정작 치매 환자들은 자신의 기억력이 떨어지는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우울증은 상담·약물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약물로는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르핀 재흡수억제제,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억제제 등을 처방한다. 과거보다 약물 개발이 잘 돼 변비·건조함 등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 약효는 보통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나타나는 데, 최소 4~6주는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약 복용을 멈추면 안 된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 약의 복용량과 기간을 정해 지켜야 한다. 환자의 가족·친구 등이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서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 극복하는 생활습관 '3가지'
가을철에는 평소보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이는 계절이 바뀌면서 줄어든 일조량 때문에 체내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발생한다. 우리 몸은 햇볕을 쫴 행복감을 내는 세로토닌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햇볕을 보지 못하면 세로토닌이 줄고 우울감을 내는 멜라토닌이 늘어 문제가 생긴다. 업무·학업 성과가 떨어지거나 건망증·피로·무기력감이 생기도 식욕이 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우울감을 내는 호르몬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햇볕을 충분히 쫴야 한다.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20분 정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상태로 야외 활동을 하면 된다. 직장인·학생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속 세로토닌을 늘리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붉은 고기·바나나·견과류에는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이 풍부하고, 버섯·새우·참치·연어 등에는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는 비타민D가 많이 들어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인의 경우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화·음악 감상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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