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자본 유치의 어려움...주요도시서 매물로 내놔
지난 수년간 공격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사들였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팔기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지난 2016년 1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중 50% 이상에 미국에 집중됐었다. 그러나 2017년, 중국 기업과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약 800억달러에 선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더욱 줄어들었다.
뉴욕 소재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인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경기를 이끌어왔던 원인 중 하나인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올해는 위축될 전망이다. 경제둔화와 함께 자본 유치가 어려워짐에 따라 올해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지난해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부동산 매입에 앞장섰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그 부동산 가운데 상당 물량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과도한 부채에 의존한 자산 매입에 제동을 건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해튼의 중심가에 위치한 유명 호텔 워도프 아스토리아를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그룹이다. 지난 2015년 호텔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안방은 앞으로 100년간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억만장자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 회장이 경제범죄 연루혐의로 기소됐으며 보감회가 안방보험을 위탁 경영하기로 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의 경영권이 중국 금융당국에 넘어갔고, 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매물로 나왔다. 중국 보감회는 “안방그룹의 경영안정을 유지하고 보험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안방그룹에 보험법규를 위반한 경영행위가 존재해 보험금 지급 능력이 심각하게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은 2014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했으며 피델리티 보험사 등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온다는 점과 안방보험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안방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HNA 그룹과 뎨련 완다 그룹 등 중국의 간판급 기업들도 미 부동산 시장에서 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NA 그룹은 지난 2016년 힐튼 그룹의 지분을 65억달러에 인수했으나 이미 75%의 지분을 매도했고, 나머지 지분도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동원해 힐튼 지분을 인수했으나 이후 이자 비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시장 전문가들은 긴장하는 표정이다. 가뜩이나 장단기 금리가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있고, 이에 따른 부동산 자산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 중국의 매도 공세가 악재를 더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뉴욕 소재 투자은행(IB)인 에버코어의 리처드 하이타워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수 년 전 중국 기업들이 물밀 듯 미국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며 “마찬가지로 이들이 단기간에 매물을 토해내리라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워도프 아스토리아를 포함해 중국 기업들이 쏟아내는 대형 매물을 인수할 여력을 갖춘 투자회사가 소수에 불과해 부동산 시장 압박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투자가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던 맨해튼의 모습.<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