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한국 정부는 역사상 가장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북한을 통상국가로 대해 주고 있다.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기간에 한정해서 북한 주민에게도 출전(出戰)의 기회를 준다는 것까지는 용납될 수 있을지 모른다. 꼭 필요하다면 한. 미 군사훈련을 올림픽 기간 동안만 멈추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지금까지의 모든 불의(不義)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 용서하고 북한을 하나의 통상(通常)국가로 단번에 승격 대우해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잘 못을 저지르는 일이다.
혹자는 대화 자체는 어떤 경우에도 나무랄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론한다. 심지어 서로 피를 흘리고 싸우고 있는 교전국과도 대화가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 때에는 격식이 따로 있다. 대화를 원하는 측에서 우선 백기(白旗)를 앞세워 상대방 군문(軍門)에 나아 가 대화를 간청(懇請)하는 법이다.
그 동안 북한은 국제 질서의 총본산인 유엔의 결의를 정면으로 짓밟고 핵무기 제조를 감행해 왔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핵무기로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수도 없이 위협해 왔다. 역사상 세계의 어느 나라가 남의 나라를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협박한 일이 있는가? 하물며 동족에 대해서도 ‘서울 불바다’와 같은 흉측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한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어찌 뻔뻔스럽게 고개를 치켜세우며 남한 땅을 팔을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놓아둔단 말인가?
이에 비하면 이번에 평창에 온 펜스 미국 부통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지를 지킨 것으로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물론 미국에서조차도 일부 언론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장에서 김여정이나 김영남과 지근(至近)한 거리에 있으면서도 애써 이들을 외면하고 끝내 눈 조차도 마주치지 않은 데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통상적인 외교 범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지도자 들이 북한을 감옥(prison)국가, 살인적(murderous) 악당(rogue) 국가라고 공개 비난하는 마당에 그들과 의례적으로라도 손을 잡기 싫어하는 꿋꿋함을 누가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백악관에서 북한 인권에 가장 관심이 많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유린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김여정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평창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 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심히 못마땅해 했다.
김정은이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초대도 그렇다. 꼭 할 말이 있으면 그 쪽에서 서울을 방문하라고 되받았어야 한다.
한국이 북한과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가지 뿐이다.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을 뿐이다.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말이 하기 어렵더라도 “핵 문제를 한 번 흉금을 터고 논의해 보자”고만 말해도 들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핵 문제만 나오면 “그 얘기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펄쩍 뛰는데 무엇 때문에 그들과 만나겠다는 것인가?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낚시 밥으로 내 놓는데도 이제는 식상(食傷)했다.
미국은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곧 지금보다도 훨씬 강력한 대 북한 제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기에다가 그 동안 중단했던 한. 미 군사 훈련도 바로 시작할 채비이다. 이 때 만약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북문제를 들먹이며 훈련의 재 연기를 요청했다가는 미국과 결정적인 사단(事端)이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지 않아도 미국 군부의 강경파들은 “만약 한국이 또 다시 군사훈련 연기를 요구한다면 군사동맹에 파국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 군사동맹이 깨지는 일이야 말로 김정은이 가장 목마르게 바라고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남한은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적화통일이 되는 날에는 남한에는 역사상에 전례가 없는 대 학살이 자행될 것이다. 아마도 지금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생기는 사상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인명이 처형되고 말 것이다.
누가 무어라 해도 대한민국의 절대 다수는 아직도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이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북한은 이미 대화의 상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평화를 원하고 북한이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올바른 길로 체제를 스스로 바꾸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들 중에는 좌파세력의 선동에 일시적으로나마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금의 이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구 새누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촛불시위의 마력에 휩쓸렸고 일부 극소수의 선동에 현혹되고 만 것이다. 이 칼럼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촛불 시위 가담자의 수는 전 유권자의 극소수, 약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박 정권이 무너지고 좌파세력이 집권한 것은 극소수 촛불시위자들의 선동효과에 많은 국민이 현혹된 탓이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전혀 타당성이 없는 행위이다.
북한은 6.25 동족상잔을 일으킨 전쟁범죄 집단이다. 불법 전쟁 범죄에 관해서는 그 시효가 없다. 수괴자들은 모두 국제재판으로 극형에 처해지고 있다.
3대에 걸친 김 씨 가문의 세습(世襲) 포악체제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굶어 죽게 하고 강제수용소를 통해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인권 기구들이 북한의 현 집권세력을 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두려워하고 어떤 수단으로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상 상대방의 무력 위협에 굴복하고 무조건 평화를 지키려다 오히려 노예가 되고, 결과적으로 전쟁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를 낸 사례를 무수히 보아 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륜과 인륜을 두려워할 줄 알고 불의(不義)의 무리들과 정정당당히 맞서는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