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7개국 국민들과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중단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가 앨라배마를 비롯한 전국에서 연일 이어졌다.
헌츠빌, 버밍햄 등지에서 앨라배마 주민들이 모여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지난 31일 AL.com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이라크, 시리아,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예맨 등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에게 90일간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테러 위험국가 출신 난민의 입국도 120일 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전국 공항에서 혼란과 함께 각지에서 시위와 비난이 빗발쳤다. 반발이 거세지자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7개국 출신이라도 합법적인 미국 영주권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30일 헌츠빌 다운타운에 위치한 빅스프링파크에 모인 주민층은 다양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무슬림은 물론 기독교인들, 무신론자 등 여러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간의 견해차이가 있음에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7개국 국적자와 난민들의 입국 정지 조치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이날 모인 주민들은 각 단체장들의 연설을 경청하면서 오후 늦게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주최자 중 한 명인 유대랍비 엘리자베스 바하르는 헌츠빌 시정부에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헌츠빌 시의회와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슬림 7개국 출신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석한 데븐 키스 의원은 시민들이 각 의원들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불만을 표출할 것을 권고했다. 키스의원은 “의회는 시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들은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단체 '무브온'(MoveOn)에 따르면 지난 31일에는 버밍햄과 애니스톤 등지에서 시위가 이어졌으며,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주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좌절감을 표명했다.
주최측은 “트럼프의 행보가 노동계, 시민의 자유 등에게 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민주 및 공화당은 모두 우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어번대학교, 버밍햄 앨라배마대학교(UAB), A&M 대학교 등 각 대학들은 해당 국가 출신의 학생과 교수진, 교직원들에게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어번대학교측은 “세계여행 시스템을 혼돈에 빠뜨리며 이민자와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하고 “재입국 거부 여지가 있는 학생, 교수진, 직원 및 부양 가족들이 미국 외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성명서를 통해 지난 30일 밝혔다.
레이 왓츠 UAB 총장도 “UAB는 유학생과 교수진들을 소중히 여기며, 이번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당분간 해외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이어 왓츠 총장은 “이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았거나, 피치못할 여행계획이 있는 유학생들은 학교측으로 문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각 대학측은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 및 연구진이 학교발전을 돕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앨라배마 대학교의 레이 가너 박사는 “총 8500여명의 학생 중에 19명이 이번 행정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전하고 “우리 대학은 다른 대부분의 대학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의 학생, 교수 및 연구원을 영입해 학술적 연구를 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스 앨라배마대학교측도 “유학생들은 자신의 문화와 그 문화권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대학에 가져다줌으로써 헤아릴 수 없는 유익을 대학측에 제공해 왔다”며 “대상자들을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앤드류 유진 A&M 총장과 사우스 앨라배마대학교 등도 여행자제 성명서를 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 교수진, 교직원은 캠퍼스를 발전시켰고, 포용과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가치를 지지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각 인력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유학생들이 학교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앨라배마 대학교측의 메시지.
어번대학교를 비롯한 앨라배마 각 대학들은 무슬림 7개국 출신 학생들의 여행자제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