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무어 공식지원 없다"밝혀...성추문 가짜뉴스 제보여성 덜미
트럼프 대통령이 10대 소녀 성 추문에 휘말린 공화당 로이 무어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케줄상 허락되지 않아 보궐선거일인 내달 12일까지 무어 후보를 위한 홍보에 나설 수 없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달 12일까지 무어 후보 지원을 위해 앨라배마를 방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대놓고 무어를 지원하진 않고 있으나 간접적으로는 돕고 있어 무어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공화당 지도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트위터 계정에서 민주당의 더그 존스 후보를 겨냥해 "존스는 범죄와 국경(치안)에는 유약하고, 군인과 퇴역군인, 수정헌법 2조(총기소유권)에는 나쁘다. 그리고 그는 세금이 치솟길 바란다. 존스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불가론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원사격은 무어 후보에게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로이 무어 후보는 앨라배마 북동부 지역에서 유세를 지난 27일에도 이어갔다. 포트 페인 인근 헤네거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유세에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그를 지지했다. 이날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무어 후보는 40여년 전 10대 소녀들과의 성추문에 대해 ”완전한 거짓“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나는 그 여성들을 모른다“고 말한 그는 ”이것은 단지 더러운 정치“라고 주장하며 상대인 민주당의 더그 존스의 공약과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했다.
또한 무어 후보는 왜 자신이 공격을 받고 있는 지에 대해 “그들은 이 나라와 앨라배마주의 해결해야 하는 진정한 이슈를 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주요 의제를 통과시키려고 할 때, 일각에서 러시아 비리를 제기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어 후보는 “시민들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없는 상원의원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고 참석자들은 환호로 응답했다.
한편,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가짜(fake) 뉴스’로 공격하기 위해 ‘가짜 제보’ 함정을 판 한 보수단체의 사기극이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공격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지 세력들은 언론 공세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아예 위장 작전까지 펴고 있다.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의 10대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무어 후보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했다”는 가짜 제보로 자사 기자들에게 접근한 한 여성의 행각을 낱낱이 공개했다.
WP에 따르면, 제이미 필립스라는 이름의 41세 여성은 무어 후보의 성추행 의혹 보도 이튿날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오랫동안 숨겨온 경험을 폭로하겠다”라며 접근했다. 몇 차례의 이메일로 ‘미끼’를 던진 이 여성은 기자와 만난 뒤 1992년 앨라배마주의 한 교회 청년부에서 무어를 만나 성폭행을 당했고 임신 후에는 무어의 요구로 낙태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였고 무어 후보는 카운티 법원 판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WP 기자가 이 여성의 주장을 사실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이 여성이 앨라배마주에는 청소년 때 잠깐 머물렀다고 했지만 전화번호로 앨라배마주 지역번호를 쓰고 있고, 이 여성이 근무한다는 회사에는 제이미 필립스라는 이름의 여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특히 이 여성은 자신의 이야기가 보도되면 무어의 낙선이 확실한지를 반복적으로 물으며 기자의 의견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여성의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웹사이트에 올린 "리버럴 주류 언론의 거짓과 싸우기 위해 보수주의 미디어 운동의 일자리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글이 발견됐다.
결국 27일 오전 이 여성이 보수단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의 뉴욕 사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WP 기자들에게 발각됐다. 이 단체는 주류 언론의 편견을 폭로하겠다는 명목으로 거짓 제보 함정을 파는 단체로 유명하다. 제보한 여성이 무어 낙선 의견을 집요하게 물은 것도 WP가 무어 낙선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트린다는 빌미를 잡기 위한 의도였던 것이다.
WP는 가짜 제보를 한 여성(오른쪽)을 만난 영상을 공개했다.<사진=WP>
유세현장에서 연설하는 무어 후보.<WHNT 뉴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