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젊었을 시절의 경험담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15 세 때 8.15 해방을 맞이했다. 당시 나는 경기(京畿)중학교 3학년생이었다. 경기중학교는 그 때도 명문이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니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는 집이 인천이어서 서울로 매일 기차통학을 하고 있었는데 해방 후에는 기차 운행도 엉망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인천중학교로 전학을 했다.
여기에서 나는 길영희(吉瑛羲)교장이라는 교육계의 거인을 만나는 행운을 안았다. 길 교장님은 평북 출신으로 경성의전(京城醫專) 1학년 때 3.1운동에 학생대표의 1인으로 참여하여 옥고를 치르신 분이다. 그 후 그는 역사학을 전공했고 교육계에 진출했다. 교장이면서도 직접 역사 수업을 맡으시기도 했다. 그는 나의 역사 답안지를 보고는 격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다른 학급에도 이를 낭독해 주시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필자가 매일 오후 수업을 빼먹고 인천 도서관에 직행한다는 보고를 받은 길 교장님은 나를 교장실로 불러 따져 물었다. “김 군,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 김 군은 도대체 도서관에 가서 무슨 책을 읽는가?” “예, 저는 니체와 쇼펜하우어 등 철학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퇴학을 당하더라도 도서관에 계속 다닐 겁니다.”
한참 생각하던 길 교장님은 “그래, 자네가 오후에 도서관에 다니는 것을 허락한다. 열심히 공부하게”라고 오히려 격려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파격적인 은총에 필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하루는 필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
같은 반 학생에 이끌려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자 나는 10여명의 급우(級友)들에 둘러싸인 것이다. 위협을 느낀 나에게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독서회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그 당시 인천은 유난히 좌익 사상이 판을 치고 있어 그 들이 ‘사회주의 독서회’ 그룹인 것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나는 대답했다.
“너희들이 무얼 안다고 공산주의를 신봉하겠다는 거냐? 나는 이 세상에 너무 알아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더 넓게 공부하고 싶다. 자네들도 판에 박힌 이데올로기를 그 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공부 좀 해라.”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도 나의 기백에 눌렸는지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때 나는 참으로 잘 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때 그들에게 붙들려 좌익사상에 물들었다면 나는 거기에서 영영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 얼마나 많은 고초와 불행과 지적(知的)퇴보를 겪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날 지경이다.
최근에 학창시절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연대(延大)사업국장을 지냈다는 이동호 씨의 강연 내용에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극단적인 좌파사상과 그 조직의 올가미에서 벗어난 드문 예 중의 하나이다.
이 씨는 연세대의 학생운동과 총학생회에는 이를 지도하는 비밀 지하 조직(Secret Union)이 있었고 그가 이 조직의 중앙위원이었다고 실토했다.
그가 밝힌 바에 의하면 그가 속했던 비밀 지하 조직의 요원 들이 지금 문재인 정권에 다수 기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당시 그의 비밀조직에서 지도를 받던 사람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라고 한다. 또 당시 전대협 1기 의장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현 의원이고, 전대협 3기 의장으로 교육받던 사람이 최근 국회에서 주사파(주체사상파) 시비를 빚었던 현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이다. 이것은 빙상(氷上)의 일각(一角)일 뿐일 것이다.
이동호 씨가 붉은 사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래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소련의 몰락과 황장엽 씨의 탈북이었다고 이 씨는 말한다. 그 중에서도 황장엽 씨는 북한 주체사상의 창시자였기 때문에 “어… 어떻게 된 거지? 이건 정말 이상한 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예상치 못한 큰 이변이 덮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200일도 안 돼 벌써 위험한 증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째로 문 정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한국을 완전한 핵 무능력자로 전락시켜가고 있다. 이미 결정되어 있던 6 개 원전(原電) 신설계획을 대통령 마음대로 백지화시켜 버렸다.
신고리 5.6호기 만은 이미 공사가 진행중인데다가 폐기 반대 여론이 너무 거세게 일어나자 ‘작전상 후퇴’하고 공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생각하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핵 무장을 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자체가 북한에 대한 무언(無言)의 핵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것을 일거에 없애버렸으니 김정은이 얼마나 크게 쾌재(快哉)를 불렀겠는가?
둘째로는 한 미 군사동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위협을 받고 있는 불안정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무도 한국의 허가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발언과 강경화 외무장관의 ‘3 No(사드 추가배치 반대,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반대, 미사일 방어망 참여 반대)’ 발언은 이미 한 미 관계에 중대한 치명상을 입혔다. 이 모든 것이 상호간 주권문제를 손상하는 외교적 대 실책들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한 미 군사동맹의 파괴라는 것을 알고도 저지르는 폭거(暴擧)인가?
세 째로 앞서 말한 것에 못지않게 결정적이고 중요한 파괴행위는 경제에 관한 문제이다.
이들의 기업 탄압이나 노조 우선의 임금정책 등은 가뜩이나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를 결정적으로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
앞으로 100억명의 인구가 공영(共榮)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과 창조력이 동원되어 기업이 극도로 활성화하고, 생산력을 무한대로 늘리는 신 자유 자본주의 경제가 요망되고 있다.
어설픈 나누어먹기 정책으로는 다 같이 망할 뿐이다.
네 째로 자유민주진영에 속하는 정통 정치세력들이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혁명에 가까운 대 숙청을 당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청산하자는 건가? 그들 자신이야 말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청산되어야 할 파괴적 ‘적폐’들이다.
이동호 씨는 “주사파정권의 사회주의 연방제 공작이 완성되면 여러분도 저도 다 죽습니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 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되겠는가?